세금 경감 혜택 받는 소규모 업체 늘어…국내 맥주산업 발전은 '긍정적'
자금력 부족 소규모 회사 진입 '한계'…대기업 진출만 도와주는 발판될 듯
국산 맥주에 대한 세재 혜택은 없어…맥주 '빅3' 경쟁 심화에 '울상'
7월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의 두 번째 간담회에는 맥주를 기반으로 한 칵테일이 제공됐다.(사진=청와대)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간 만남의 건배주는 전통주나 와인이 아닌 맥주. 주인공은 중소기업이 만든 한국 최초의 수제맥주 '세븐브로이'. 정부가 주세법 개정을 통해 국내 수제맥주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업계는 '제2의 세븐브로이'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중소규모 맥주업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맥주 생산 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국산 맥주의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세법 개정안의 혜택을 과연 소규모 맥주제조업체들이 온전히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맥주 사업 진출과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날개만 달아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내 맥주 시장의 '빅3'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의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획재정부가 '2017년 세법개정안' 발표를 통해 소규모 맥주의 소매점 유통을 허용하고 시설기준도 완화하기로 밝혀 맥주업체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규모 맥주제조업체가 만든 맥주는 해당 영업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편의점 등에서 판매가 가능해진것. 75㎘까지이던 저장조 시설기준도 120㎘로 확대하고 과세표준 경감수량도 최대 2배까지 확대한다.
더불어 맥주제조자에 대한 과세표준을 변경함으로써 더 많은 소규모 업체들이 세금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출고 수량이 100㎘ 이하인 맥주제조자의 경우 40%, 100~300㎘ 이하 60%, 300㎘ 초과 80%의 과세표준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라 과세 기준은 200㎘ 이하 40%, 200~50㎘ 이하 60%, 500㎘ 초과 80%로 세금을 적게 내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은 훨씬 더 늘어나게 됐다.정부가 소규모 맥주제조업체의 시장진입 문턱을 낮춘 것은 그동안 '맛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아 온 기존 국산맥주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국내 맥주업계는 국산 맥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다양한 맛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개편을 통해 국산 제품들이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국내 주류 시장 진입장벽 완화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결국 알맹이 없는 주세법 개정이란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우선 창고와 운송수단 등 유통단계에 필요한 시스템이 전무한 소규모업체의 경우 시장 진출이 어렵다. 수제맥주나 하우스맥주 등을 취급하는 소규모업체는 냉장차량이 없이 맥주를 유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력이 없는 업체는 이번 개정안의 혜택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위생과 유통망 관리·감독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맥주 제조사의 경우 전자동 시스템화 돼 있어 위생관리가 철저한 편이지만 영세업체들은 제품 위생 관리를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기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자금이 충분히 있어야 위생 시스템 등에 투자할 수 있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위생과 관련해서는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게푸드가 운영하는 수제맥주 '데블스도어'.
특히 이번 개편안에는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내용이 빠져 있어 영세 수제맥주업체들을 육성하겠다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2015년 정부가 주류시장 진입 규제를 한 차례 완화한 이후 주류와 관련이 없는 신세계와 SPC·LF 등의 기업들이 주류업체를 인수하거나 제품을 수입하는 등 주류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의 맥주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대기업 맥주 제조사들은 소규모 맥주 제조사의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데다 수입맥주와 달리 부과되는 세금 기준이 달라 역차별까지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주세과세 체계(종가세)를 술 도수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2014년 주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영세업자보다 신세계 등 대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오히려 도와주는 발판이 됐다"며 "국산 수제 맥주를 키우기 위한 방안은 좋지만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입맥주 대비 높은 세금이 적용된 국산 맥주에 대한 세재 해택마련도 필요하고, 진짜 영세한 업체들이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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