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새 정부의 첫 세법개정을 앞두고 대기업 및 고수익자에 대한 증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일자리 창출 및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어느 정부나 증세를 하고 싶은데 말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새 정부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이 증세에 대해 상당부분 수긍을 한 만큼, 상속세, 소득세 등은 높이더라도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최근 조세저항 높다"며 "기업쪽을 제외하고 얼마나 용감한 증세를 할수있을까. 결국 국민수용성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조세정보 투명한 공개, 공개적인 논의 등으로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며 "경제적 특혜 성향의 조세를 바꿔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반대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완석 강남대학교 교수 역시 "새정부 정책 방향을 보면 일자리창출과 대기업 및 고수익자 세금 강화로 보인다"며 "이 같은 정부 정책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를 한다"고 언급했다.
세부적으로 오 교수는 "법인세를 인상한다면 실효세율을 조정해 명복세율과 실효세율 간극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인세 명목세율은 (증세) 후순위로 미뤄져야 한다. 국제정세를 보면 법인세 높이고자 하는 국가가 없다"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실효세율이 낮아져서 조세 감면을 조정한다는 것은 잘못됐다"며 "조세감면은 자체는 필요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축사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 임금을 많이 확대한 기업에 대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 임금을 평균 임금상승률보다 많이 올리면 초과분의 10%(대기업은 5%)를 기업이 내는 세금에서 깎아주는 근로소득증대세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바꾸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새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한 증세논의 필요성이 잇따르고 있지만 기재부는 청와대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날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새정부의 조세정책 환경에 대한 요약'에 관해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련 발표가 당일 취소되면서 미리 예정된 주제발표문 배포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연락이 와 자료를 배포하지 말라고 해 결국 취소했다"며 "배포해도 되는 내용으로 판단되지만, 자세한 언급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증세와 관련한 언급은 가능한 자제시키려는 모습이 확인됐다. 사회를 맡은 최용선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토론 시작후 증세와 관련한 첫 언급이 나오자 "오늘 주제인 일자리 창출, 소득재분배에만 초점을 맞추자"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회가 새정부에 바라는 조세정책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자리고, 공약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증세가 주요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참석한 패널들도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 주로 언급해달라는 요구에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다만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자 증세에 대한 의견은 적극 개진했다. 김우철 교수는 "세법은 약간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지, 이게 주된 것이 돼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조세재정연구원은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즉 에너지 세재개편을 앞두고서도 민감한 내용을 제외한 채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이는 세제개편을 앞두고 증세 논의가 이뤄질 경우 국민적 조세저항이 새 정부에 불똥 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결국 책임소지가 기재부 등으로 쏠릴 수 있는 만큼 청와대 눈치를 본 셈이다.
증세와 관련한 기재부의 눈치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경유세 인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기재부는 공식적으로 경유세 인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한 번에 일시에 하는 것보다는 몇 단계로 나눠서 경유 전체의 소비를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경유세 인상 방침을 밝혔다.
이날 고형권 1차관은 토론회 축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경유세 인상 발언에 대한 질문에 "현 단계에서는 인상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글쎄"라며 여지를 남겼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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