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공로훈장 받은 정명훈 "상임지휘자 안맡는다…젊은 음악인 돕고 싶어"

지휘자 정명훈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마르코 델라 세타 주한 이탈리아 대사로 부터 공로훈장을 받은 뒤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지휘자 정명훈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마르코 델라 세타 주한 이탈리아 대사로 부터 공로훈장을 받은 뒤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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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지휘자 정명훈(64)이 앞으로는 어떤 악단에서도 상임 지휘자 역할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지휘자는 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열린 이탈리아 국가공로훈장 수여식에서 "남북 교류 등 인간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프로젝트, 젊은 음악가 양성 프로젝트 등을 제외하고는 더는 프로페셔널하게 책임을 지는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그는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고 싶다"면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라 스칼라 등 친분이 깊은 곳과의 연주를 이어나가겠지만 직업적인 의미 혹은 커리어를 쌓기 위한 연주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1월 창단 연주회가 예정된 롯데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은 일에 대해서도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정 지휘자는 "유스 오케스트라 역시 상임으로 일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면서 "젊은 음악가 등을 돕는 일로, 연주는 일 년에 많아야 두 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는 롯데문화재단이 젊은 연주자들을 위해 만든 사회공헌 사업이다. 정 지휘자는 내년 1월 창단 연주회를 목표로 오디션 과정부터 참가해 오케스트라를 꾸려갈 계획이다. 감독으로 불릴 뿐 출연료와 제반비 외에 음악감독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그는 "원 코리아(One Korea)는 제게 본능과도 같은 꿈"이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음악적으로 돕는 일이다. 음악가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국, 일본, 남북이든 음악 하나면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내달 18일 '원 오케스트라'와 함께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 음악회에도 선다. '원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을 위해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다. 일회성 연주 프로젝트지만 장기적으로 북한 오케스트라와의 합동 공연 가능성 등도 내다보고 있다.

정 지휘자는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사태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섭섭함이나 아쉬움은 없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정 지휘자는 이날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대신해 마르코 델라 세타 주한 이탈리아 대사로부터 이탈리아 국가공로훈장인 '콤멘다토레(Commendatore)'를 받았다. 클래식 음악을 통해 이탈리아 문화예술 발전과 국제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수여식에서 "마음 편하게 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탈리아와의 깊은 인년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받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 지휘자는 2006년 1월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단원 선발부터 연주력 향상, 레퍼토리 확장에 이르기까지 악단의 기량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015년 말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항공료 횡령 의혹 등으로 고발된 사건에서는 지난달 23일 검찰으로부터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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