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KOTRA 사장
[아시아경제]얼마 전부터 무슬림 여성을 위한 나이키의 히잡 운동복 광고가 중동지역에 방영되고 있다. 중동 여성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착용해야 하는 히잡을 격렬한 운동에도 견디는 신소재로 제작해 내년에 출시한다는 내용이다. 중동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우리가 유가 그래프와 한국 경제의 상관관계에 몰두하는 동안 중동은 꾸준히 변화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석유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비전이 있다. 2015년 유엔은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사회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채택했는데, 이것이 최근 중동국가들이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기본 틀이 되고 있다. 예컨대 사우디의 '비전 2030'은 높은 자원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산업다각화, 친환경 에너지 확산과 보건의료 개선 등 생활수준 향상 그리고 민주주의 안정을 통한 사회 개방화와 같은 지속가능 국가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중동의 경제ㆍ산업뿐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거센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 가운데에 새로운 기회가 속속 펼쳐지고 있다.
우선 탈석유 산업다각화 전략에 따른 진출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사우디는 자국내 제조업 투자에 대해 100% 외국인 지분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등 외국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과 쌍용자동차는 각각 현지 조선소와 자동차 생산공장 설립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비전 2030'의 전략적 협력국가로서 앞으로 조선ㆍ자동차ㆍ석유화학ㆍ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올해 3월 사우디 국왕의 아시아 순방 이후 일본, 중국 민관이 협력해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우리 정부와 기업의 발 빠른 대응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또한 중동의 사회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투명한 정부 구현을 위한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과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시키면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 병원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평가한 세계 3위(2016년 기준)의 전자정부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2010년 이후 500여개 ICT 기업들이 5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거둔 바 있다. 디지털 병원은 지난해 국내 병원과 통신사가 컨소시엄으로 사우디 국영병원 6개의 운영관리 시스템을 수출했으며, 추가 수주에도 성공했다. 아울러 중동 관광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식음료, 의류, 전자제품 등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문화적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화장품 등 소비재 시장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탈석유와 더불어 중동의 스마트ㆍ친환경 수요 증가에도 주목해야 한다. 많은 중동 국가들이 친환경ㆍ에너지 효율화, 스마트화를 중심으로 지속가능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도시개발에는 제도 정비, 계획 수립,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참여하게 되므로, 진출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ICT와 에너지ㆍ환경 등의 포괄적 역량이 요구된다. 올해LH 공사 주도의 민관협력으로 쿠웨이트 스마트시티 1호를 수출한 사례와 같이 컨소시엄을 통한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과거 1970~1980년대 오일 머니를 앞세운 중동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수많은 우리 근로자가 중동에서 흘린 땀은 우리의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 중동은 석유의존 경제에서 탈피하고자 지속가능 경제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중동과 우리가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신뢰를 바탕으로 중동 건설시장을 이끌어 온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
김재훙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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