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하림…양재동 파이시티 부지 개발에 유통 빅3 "관심 無"

"올해 인허가·파트너사 문제 다 해결" 자신감 내비쳤는데...
국토부·서울시 협의 난항,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일찌감치 발 빼


과거 개발 추진 당시의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파이시티 부지) 조감도.(아시아경제 DB)

과거 개발 추진 당시의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파이시티 부지) 조감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하림그룹이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파이시티 부지) 개발 파트너사를 구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 등 유통대기업들이 하림과 함께할 수 없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물류 센터 외 부가 시설물 건립 인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낮은 데다 편법 증여 등 악재까지 겹쳐 하림을 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이 날로 차가워지고 있다. 15일 유통ㆍ금융투자업계와 관련 당국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은 최근 하림의 파이시티 부지 개발에 대해 검토하거나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파이시티 사업에 이들 유통 '빅3' 외에 참여할 여력이 있다고 평가받은 기업은 국내에 없다. 하림 입장에선 외국 회사와 손잡지 않는 이상 당초 계획대로 개발을 추진하기가 힘들어졌다.

빅3 유통사 중 한 곳의 고위 관계자는 "파이시티 부지에 가장 기본적인 물류 센터 정도는 들어설 수 있겠지만 그 외 시설은 인허가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사업 성사가 불투명한데 참여를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전했다. 다른 두 곳의 관계자들도 "하림이 물류 센터만 짓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이시티 부지 개발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하는 물류 센터, 지상은 상업ㆍ주거ㆍ문화 시설로 채운다는 하림 측 공언과 온도 차가 크다.

현재 파이시티 부지 개발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로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국토부는 해당 부지를 도시첨단물류단지로 구상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양재ㆍ우면 지역 전체를 연구개발(R&D) 메카로 키운다는 목표다. 서울시의 청사진 속 파이시티 부지는 관광호텔, 회의장, 오피스텔, 전시ㆍ공연장 등을 갖춘 연구지원공간이다. 양측 계획이 엇갈리면서 인허가 등 사업 추진은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9만6000㎡ 규모 땅은 현재 일부만 주차장으로 임대 중이다. 하림은 '국토부와 서울시 계획을 절충해 지하는 물류 센터, 지상은 상업ㆍ주거ㆍ문화 시설로 채운다'는 방향성만 설정해 둔 상태다. 하림 관계자는 "정권 교체 이후 정부와 서울시 간(문재인 대통령-박원순 서울시장) 관계가 개선돼 인허가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아시아경제 DB)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아시아경제 DB)


그러나 업계에선 과거 인허가 진통, 정경 유착 등 잔상이 떠나지 않는 가운데 하림 측 바람은 말 그대로 희망 사항에 그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올해 관련 당국 입장 조율, 인허가, 파트너사 선정 등 종합 개발 계획 구상 및 설계 작업을 매듭짓는다는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하림은 올해 들어 일감 몰아주기, 무분별한 인수ㆍ합병(M&A), 편법 증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상시 발생 등 부정적 이슈에 엮이며 운신의 폭이 특히 좁아졌다.

파이시티 부지는 부동산 개발업체 파이시티가 2004년 매입해 사업비 2조4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 복합유통단지로 만들려던 곳이다. 인허가가 지연되고 취소되는 가운데 10여년 간 방치돼왔다. 파이시티는 2011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3년엔 STS개발컨소시엄(신세계백화점ㆍ롯데마트 등 포함)과 추진한 M&A가 인허가 재인가 실패로 무위에 그쳤다. 사업 인허가 청탁을 받은 혐의로 이명박정부 시절 정권 실세들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비리 사업'이란 딱지도 붙었다.

한때 1조원 이상을 호가하던 부지 가격은 9차례 유찰을 거쳐 가격이 4500억원대로 떨어졌고, 결국 땅이 필요했던 하림이 지난해 4월 살 수 있었다. 김태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부지 구매 이후인데, 지상 공간을 각종 콘텐츠로 채울 능력이 되는 기업은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 외에 없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금융기관 역시 유통 빅3 레벨의 회사가 파트너사로 참여하지 않는 이상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하림이 제대로 된 파트너사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단순 물류 센터로만 부지를 활용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덧붙였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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