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정희성

 


 감꽃 지자 달린
 하늘 젖꼭지
 그대여 날 가는 줄 모르고
 우리네 사랑 깊을 대로 깊어
 돌아다보면 문득
 감이 익겠네
[오후 한 詩] 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정희성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목과 3~6행에 선명하게 적혀 있으니 그에 대해 더 보탤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는 다만 저 2행, "하늘 젖꼭지"에 놀라고 다시 놀랄 뿐이다. "하늘 젖꼭지"는 굳이 말하자면 은유다. 은유는 원관념은 숨기고 보조관념만 적는 비유인데, "하늘 젖꼭지"의 원관념은 물론 "감꽃"이 진 그 자리다. 그런데 "하늘 젖꼭지"라는 보조관념은 단지 "감꽃"이 진 자리라는 원관념을 대신하는 정도가 아니다. 생각해 보라. "감꽃"이 떨어진 자리마다 파릇파릇 맺히기 시작한 젖 망울들을 말이다. 그것은 감나무의 것이라기보다는 그래, 하늘의 것이다. 그리고 또한 곰곰이 떠올려 보라. "날 가는 줄 모르고" 감나무에게 수유하고 있는 하늘의 그 정성을 말이다. 그 정성이 어디 하루 이틀에 그치고 말 것이며, 어디 감나무에게만 미칠 것이며, 어느 외진 곳이라고 해서 혹여나 모자랄까. 그러니 "하늘 젖꼭지"는 그저 탁월한 은유가 아니라, 눈 밝은 시인이 발견한 세계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인 셈이다. 다시 놀랄 따름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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