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흥국생명 고액 방카 안판다

국민·KEB하나 이어 신한·우리도 판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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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흥국생명의 고액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 상품 판매 중단에 들어간다. 흥국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150% 미만으로 떨어진데 따른 것이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을 평가하는 건전성 기준이다. 금융당국은 오랫동안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해야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간주해왔다.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22일부터 흥국생명 상품을 예금자보호 범위(5000만원 이하) 이내 금액으로 판매를 제한한다. 우리은행도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예금자보호 범위를 넘는 흥국생명 판매를 중단키로 결정하고, 흥국생명에 통보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이 이달 흥국생명의 고액 상품 판매 중단에 들어간데 이어 KEB하나은행도 중단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동참으로 4대 은행 모두 흥국생명의 고액 상품 판매를 중단하게 된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RBC(지급여력)비율 145.4%를 기록했다. 이에 은행들은 흥국생명으로부터 재무구조와 자구계획안을 요구했지만, 내부 기준을 충족하는 안을 받을 수 없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본여력이 취약한 보험사의 상품을 팔았다가 후에 문제라도 생기면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예금자보호 대상이라고 설명하지만 고객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1분기에 후순위채권(150억원)ㆍ신종자본증권(35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앞으로 방카슈랑스에서 고액 대신 수익성(보장성) 중심인 소액(5000만원 이하) 판매에 집중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흥국생명은 방카슈랑스 부문에서 업계 최고의 실적을 기록해왔다. 월납 초회 누적보험료 기준 2003~2015년까지 12년 연속 1위다. 2014년에는 2996억원(시장점유율 13.5%), 2015년에는 3735억원(14.7%)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리한 방카슈랑스 영업으로 2021년에 도입되는 IFRS17을 앞두고 독이 됐다는 평가다. 흥국생명은 뒤늦게 저축보험 공시이율을 지난해 ▲8월 2.75% ▲9월 2.72% ▲10월 2.62% ▲11월 2.59% ▲12월 2.57%로 내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올해 1분기 각 은행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KEB하나은행은 흥국생명의 비중 0.69%, 신한은행은 1% 이하 등 판매부진만 이어갔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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