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호남혈전'…주자들 표밭갈이 한창

조직표 위력 발휘할까 관심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의 호남혈투가 가속화 되고 있다. 사실상 호남경선이 전체 경선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일부 주자들은 합동 토론회까지 포기하면서 호남에 올 인(All-in) 하는 모양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23일 오후로 예정됐던 한 라디오 합동토론회를 취소했다. 25일 광주·전남·제주, 26일 전북 지역경선이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후보 측이 지역일정 조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불참의사를 보여서다. 이처럼 각 주자들이 토론까지 포기하면서 호남에 집중하는 일차적인 이유로는 국민의당 내에서 호남이 가진 위상과 상징성이 꼽힌다. 야권의 심장부인 만큼 호남의 민심이 전국에 영향을 끼치는데다, 당원의 절반 이상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까닭이다.

별도의 선거인단 모집 없이 개방형 현장투표로 진행되는 경선방식도 호남혈전을 부추기고 있다. 투표를 위해서는 사전에 지정된 투표소로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충성도 높은 조직표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각 후보들은 호남 다지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내내 전북 남원, 광주 동·서·남·북·광산구 지역위원회를 순회하며 지지를 호소한데 이어, 이날 오후 TV토론회를 마친 이후에도 1박2일 일정으로 전남 목포·여수, 전북 전주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지난 19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데 이어 전날에는 전북에서 농업정책을 발표한데 이어 비공개로 지지자들을 만났다. 박주선 국회 부의장 역시 틈틈히 호남을 찾아 조직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처럼 경선이 조직표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4차 산업혁명 대응책, 대연정-대연합론 등 쟁점들이 사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장투표 과정에서 과열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모바일 투표가 없이 100% 현장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국민의당 경선은 누가 더 충성도 있는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보내느냐의 싸움"이라며 "조직 동원 등 과열양상이 발생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