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도시바 반도체 인수 검토할 것"(종합)

"아직 인수 제안서 받지 못해"…조건 검토 후 참여 결정할 듯
도시바 인수시 낸드플래시 시장서 2위…1위 삼성전자 위협
인수 자금·시너지 여부·논바인딩 조건 등이 변수 될 듯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날 박 부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2017년 정기 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도시바 측으로부터 인수 제안서를 받지 못했다"며 "조건 등을 검토한 후에 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에서는 지난 21일 도시바가 잠재 인수 후보자들에게 제안서를 발송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도시바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입찰 조건이나 계획 등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신에서는 오는 24일 재입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현재 일정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욱 부회장은 제안서를 받으면 입찰 조건이나 시너지 효과 등을 검토한 후에 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도시바는 지난해 원자력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반도체 사업을 분사할 계획이다. 당초 도시바는 신설 회사의 지분 19.9%를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손실 규모가 7125억엔(약7조1000억원)에 달하자 지분 매각 규모를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도시바는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지분(19.9%) 매각을 위한 3000억엔(약 3조원) 규모 입찰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미국 기업인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투자펀드 베인캐피탈, 대만의 폭스콘(홍하이정밀)도 도전장을 냈다.

업계에서는 최근 최태원 SK 회장이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위한 재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인수 자금 10조, 조달 가능할까=가장 큰 걸림돌은 인수자금이다. 블룸버그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의 자산 가치를 140억달러(약 15조9000억원)로 평가했다. 이중 50%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8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인수전에 다양한 기업이 뛰어들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을 경우 인수자금이 최대 10조원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53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분기 기준 현금 보유량은 4조1360억원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만으로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불가능하다. SK 관계자는 "자체 보유 현금과 파이낸싱을 동원하면 10조원 조달은 가능하다"며 "다만 인수 효과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을 인수하면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지만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는 4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까지 낸드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도시바 인수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서 2위, 삼성 위협=지난 3분기 기준 낸드 시장 1위는 삼성전자(36.6%)이며 2위는 도시바(19.8%), 3위는 웨스턴디지털(17.1%)이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하는 속성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로 스마트폰이나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에 많이 사용된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1GB(기가바이트)로 환산한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2015년 822억개에서 2020년 5천84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무려 45%에 달한다. 같은 기간 D램의 비트 그로스(출하용량 증가율)는 낸드플래시의 절반 수준인 25%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이 30%를 돌파하며 삼성전자를 맹추격할 수 있다. 도시바는 낸드 기술을 처음 발명한 기업으로 2012년 이전까지는 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콘트롤러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한다면 삼성전자와의 기술격차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논바인딩' 등 입찰 참여조건 등 관건=업계에서는 도시바와 하이닉스간 시너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도시바가 최근 몇년간 경영난으로 인해 기술 투자에 소홀했기 때문에 인수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낸드 점유율에서 2위이지만 최근 부상하는 3차원(3D) 낸드에서는 오히려 한국에 뒤처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낸드 시장은 2D에서 3D로 전환되고 있다. 미세 공정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회로를 3차원으로 쌓아올려 용량과 성능을 확대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4단 3D 낸드를 양산했으며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72단 3D 낸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도시바의 3D 낸드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입찰 참여를 위해서는 실사 이후에 본계약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논바인딩(non-binding) 조건인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실사를 통해 도시바의 실제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한 이후에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20% 지분 매각 입찰은 논바인딩 조건이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이 실사 후에 본계약을 포기할 수 있었다. 재입찰 조건도 논바인딩일 경우 SK하이닉스도 이번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