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 '볼 것 없다'는 설명을 달은 타임 최신호 표지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진할 것이란 도박사이트의 베팅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영국의 온라인 사이트 래드브록스는 탄핵을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퇴진에 11대 10의 배당을 제시했다. 배당이 본전에 가깝다는 것은 중도 퇴진 확률을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정부는 출범 한 달 만에 총체적 국정 난맥상을 드러내며 미국 안팎의 우려와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식 연설에서 "미국이 하나로 통합하면 절대 멈출 수 없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통합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함께 트럼프 취임연설의 양대 축이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 사회를 오히려 분열과 혼란으로 내몰고 있다.
자신에게 표를 몰아준 자극적인 대선 공약들을 충분한 검토와 보완 장치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자초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대로' 취임 첫날 1호 행정명령으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에 서명했다. 그러나 보완책이 없는 오바마케어 폐지 명령은 불안감을 느낀 서민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여론의 눈치를 보며 뾰족한 보완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멕시코 장벽 건설 행정명령도 혼란만 부추긴 셈이다. 의회는 216억달러에 이를 장벽 건설 비용을 정부 예산에 포함시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에는 이슬람 중동국가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전격 발동,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테러 대비를 명분으로 특정 종교와 인종에 대한 편견과 격리를 골자로 한 이 행정명령에 민심은 결국 비등점을 넘어 폭발하고 말았다. 미 전역의 주요 공항과 도심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항거하는 시위대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하지만 성급히 무리하게 추진하려던 이슬람 입국 금지 행정명령도 결국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CNN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 차게 서명한 행정명령들은 사회적 논란만 부추긴 채 실제로는 거의 실행되지도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부와 언론을 향해 적대적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자신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그는 여행금지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사법부에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법 집행력을 빼앗아 간 소위(so-called) 판사라는 자의 의견은 터무니가 없으며 뒤집힐 것"이라고 비판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내치(內治)뿐 아니라 외교 안보 분야도 낙제를 면하기 힘든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북대서양안보조약기구(NATO)에 대한 비판과 독일 환율조작 공세 등으로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 우방국들과의 긴장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적대국으로 간주돼온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각별한 애정과 함께 우호관계 구축을 다짐해왔다. 그러나 최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비롯한 측근들이 지난 대선 때부터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러시아 문제는 이제 트럼프 정부의 정당성까지 위협하는 대형 악재가 되고 있다.
대(對)중국 정책도 오락가락이다. '2개의 중국 정책'에 거부감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의 통화에서는 "존중하겠다"고 밝혀 전 세계를 어리둥절케 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반응과 대책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한 대북 정책이 없는 것 같다"는 전문가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패배 충격에 빠졌던 민주당은 전면전에 나설 태세다. 맥신 워터스 의원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의회다수당이자 여당인 공화당의 기류도 한 달 사이에 싸늘해지고 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조차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연계설에 대해 의회 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무가내식 국정운영 방식을 고수하는 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편히 잠 못 드는 밤'은 계속될 전망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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