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 자산관리 회사 감독하는 금융계 여장부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도전 없는 조직에는 흥미 없습니다."
재키 헌트 알리안츠 이사회 이사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 이사회의 여성 이사 중 한 명인 재클린(재키) 헌트(48)의 지론이다. 아들 딸 두 자녀의 어머니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그녀가 4개 대륙의 세계 유수의 보험회사에서 금융 전문가로 명성을 떨친 것을 보면 이는 빈말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이사회 멤버가 된 헌트는 알리안츠의 자산관리와 미국 내 보험 부문, 그리고 세계 최대 채권펀드로 알리안츠가 인수한 핌코의 경영을 감독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녀가 합류한 이후 자산 유출로 몸살을 앓아온 핌코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자산 순유입을 기록했다.
한 때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라는 명성을 날린 핌코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가 공동 설립자이자 펀드 매니저인 빌 그로스와의 불화로 2014년 초 회사를 떠나고 8개월 뒤에는 그로스마저 떠나면서 브랜드 위신 하락과 자산 유출로 한때 2조달러에 육박한 운용자산은 2015년 말 1조4700억달러까지 줄어드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특히 핌코의 간판 펀드인 '토털 리턴 펀드'는 2013년부터 실적부진과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자금을 빼가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다. 그 결과 30년간 채권투자로 커온 핌코는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5월에는 세계 최대 채권펀드의 자리를 뱅가드에 내줘야 했다. 이런 회사를 헌트가 되살려놓은 것이다.
헌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핌코 회생의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헌트는 "회사가 변곡점을 맞은 시기에 입사해 기쁘다"면서 "그러나 이는 저의 입사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기울인 노력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헌트의 공은 분명히 있다. 그는 세계 최대 상장 헤지펀드인 맨그룹에서 베테랑 펀드매니저를 영입해 핌코의 대체투자를 확장시키는 데 일조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산운용업계는 현재 운용보수 인하, 초저금리에 따른 수익률 하락, 투자자 이탈 등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 헌트는 이 점을 잘 안다. 헌트는 "고객은 상품이 뭔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 단지 결과만을 신경 쓸 뿐"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적인 생명보험사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를 거느린 알리안츠는 보호와 전문성 등 두 가지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녀의 도전정신은 그녀 삶 속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녀는 남아공 수도 유하네스버그의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에서 회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공인회계사인 그는 회계법인 딜로이트앤투치에서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지난 20여 년 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금융과 보험분야를 '속속들이 아는' 전문가로 우뚝 솟았다. 링크드인에는 그녀의 보유기술이 금융분석, 보험,투자, 위험관리, 자산운용, 기업금융, 인수합병 등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녀는 아비바, 노리치 유니언, 스탠더드 라이프 등 세계 굴지의 보험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고, 알리안츠 합류 전에는 경쟁 보험사인 프루덴셜 영국·유럽대륙·아프리카의 CEO로 일하면서 이런 기술을 갈고 닦았다. 알리안츠 합류 후에는 한 달에 2주는 뮌헨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핌코를 비롯해 전 세계 사업장을 돌면서 감독자의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똑똑하고, 존경받으며, 직설적이지만 말수가 적다고 한다. 그렇지만 야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의 전직 상관들은 "지성과 결단력, 난관을 헤쳐나가는 용기가 합쳐진 사람"이라고 평한다. 헌트는 "10대인 두 자녀의 어머니는 인내심을 기르게 마련"이라면서 "독단적이어봐야 쓸데없는 분란만 일으킨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그녀의 기술이 그녀의 새로운 책무에서도 유용할지는 시간이 지나가봐야 알 것 같다고 했지만, 그녀의 탄탄한 경력은 틀림없이 그럴 것임을 웅변한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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