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가득 채운 정유]정제마진+환율 시너지…최대 실적 견인

환율·정제마진·국제유가 '3박자' 호황
당초 예상보다 지난해 실적 더 오를 것으로 기대
올해는 유지하거나 다소 낮아질 수 있어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넥슬렌 공장 전경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넥슬렌 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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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유업계가 지난해 8조원에 육박하는 깜짝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제마진·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오른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까지 개선되면서 정유사 호실적을 이끌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최대 8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4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웃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011년(약 6조8100억원) 보다 1조원 이상 더 많은 돈을 거뒀다.

이같은 호실적은 유가와 정제마진,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상승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두바이유 기준)대에 머물고 있다. 전분기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16% 오른 수치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국제 제품가격도 상승했고, 여기에 역내 정기보수와 계절적 수요 증가 등이 겹치면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을 뺀 값)도 8달러 중반에서 9달러 후반대로 당초 예상을 넘어섰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실적과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업계의 재고손실을 덜어내는데도 한 몫했다. 정유사는 지난해 3분기 사둔 원유의 가치가 오르면서 재고평가이익이 확대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같은 물량으로 더 비싸게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된 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만큼 환율 상승은 곧 수출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지난해에는 정유사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3박자들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역시 이같은 실적 호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제마진이 더 상승할 여력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시 정제마진이 지난해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올해는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정유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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