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를 내 마음대로 조종해볼까

광유전학 이용해 곤충을 사이보그화 하는 기술 개발중

드론 잠자리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최첨단 초소형 드론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곤충의 에너지 효율과 비행술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아예 기계를 만드는 대신 곤충을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회사가 등장했다.

미국의 R&D 회사 드래이퍼(draper)는 최근 살아 있는 잠자리의 비행을 자유 자재로 조종하는 장치 '드래곤플라이(DragonflEye)'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광 유전학 (optogenetics)'을 이용한 기술이다. 우선 유전자 조작을 통해 눈의 망막처럼 빛에 반응하는 신경 세포를 뇌의 내부에 발생시킨다. 옵신(opsins)라고 불리는 빛에 민감한 단백질의 정보가 들어간 유전물질이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이 신경세포에다 소형장치가 빛을 보내주면 잠자리가 날아려고하는 방향을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다. 소형장치는 잠자리의 등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다. 연구진은 이 장치를 '백팩'에 비유했다.

일반적으로 뇌 신경세포에 정확히 빛을 보내기 위해 얇은 유리 섬유로 만들어진 '광섬유'가 사용된다. 하지만 잠자리의 뇌신경 세포에는 강도 등의 문제로 광섬유를 쓸 수 없다. 이에 연구팀은 1mm 이하의 유연한 신소재를 개발해 뇌신경 세포에 세밀하게 빛 자극을 줄 수 있게 했다.

회사는 해당 기술이 완성되면 농업과 의료 분야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이보그 곤충은 자연의 먹거리를 통해 에너지를 보충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에는 계속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연구진은 꿀벌 등 작물의 수정을 돕는 곤충을 대상으로 이 기술을 응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농작물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