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첫 재판 "공모한 일 없다, 억울한 부분 많다"

국정농단 관련 모든 혐의 부인…덴마크에서 잡힌 딸 거론하며 동정심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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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연수 인턴기자]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것이 맞습니까."
"네."
추가로 진술할 기회를 주자 그는 말했다.
"억울한 부분이 많습니다. (재판부가) 밝혀주기 바랍니다."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정식재판에서 재판장과 최순실이 나눈 대화다.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재판정에 나온 최순실은 공소 사실을 일체 부인한 것은 물론, 오히려 억울하다며 호소하고 있었다. 지난 공판준비기일에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모든 죄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최씨의 변호사(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도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최씨는 대통령, 안 전수석과 3자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을 하려고 한 일이 없습니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모관계가 입증되지 않자 대통령을 공모관계 중개인으로 넣어 법률적으로 구성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최씨는 16개 대기업 집단에 대한 출연금 모금에 관여한 사실이 없습니다. 최씨는 두 재단 설립 때부터 현재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금전 등 어떠한 이익도 취한 바 없습니다. 또 최씨는 두 재단 설립 때부터 현재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금전 등 어떠한 이익도 취한 바 없습니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딸 정유라(21)씨가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것과 관련해 "최씨는 자신의 처지는 고사하고 딸마저 새해 벽두부터 덴마크에서 구금돼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를 험난한 지경에 놓였다"고 주장하면서, "(하지만 최씨는) 이를 감수하고 법정에서 공정하고 엄정한 재판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쏠린 모든 혐의들을 '억울하다'는 말로 떨쳐내려 하는 최씨와 그 변호사의 표정에서 반성이나 참회의 기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검찰에 출두할 때 보여줬던 '죽을 죄를 지었다'는 그 얼굴은 싹 사라지고 없었고, 꼬리를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어떤 자신감마저 내비치는 항변들이 이어졌다. 아무런 혐의가 없다며 질문의 말머리를 싹둑 자르는 그의 태도에서 부끄러움이나 일말의 가책을 찾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유연수 인턴기자 you01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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