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상품권의 이면]직원강매에 가격조정까지…금강제화의 악습

부서별·개인별 판매 목표 할당
1인당 사원급 50장 대리급 100장
할인해 팔지만, 판매가 재조정 '눈속임'
의존도 높아 할인·직원 강매 악순환

[구두상품권의 이면]직원강매에 가격조정까지…금강제화의 악습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제화업계 1위 금강제화가 해마다 임직원에게 구두 상품권 판매 목표를 할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직급에 따라 6개월마다 50~300장의 상품권을 팔아야 했다. 목표치를 채웠을 때 사측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독려했을 뿐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직원들은 상당한 판매 압박에 시달렸다. 내부에서는 구두 영업사원이 아닌 상품권 팔이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에 퇴사하는 직원들까지 나올 정도다.

금강제화가 구두 상품권을 판매하는 데 전사적으로 매달렸던 이유는 상품권 매출이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 금강제화의 지난해(2015년 7월1일부터 2016년 6월30일) 매출액 3165억원 가운데 구두 상품권을 통한 매출액은 2000억원에 달했다. ◆전 직원이 상품권 영업사원= 금강제화는 지난해 말 상품권 판매 발대식을 개최했다. 회사 측은 이날 임직원에게 2017년 상반기 부서별 판매 목표와 개인별 판매 목표치를 전달했다. 10만원권 기준으로 1인당 사원급 50장, 대리급 100장, 과장급 200장, 부장급 300장 이상을 판매해야 한다. 반기 목표치임을 고려하면, 올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직원은 연간 1000만원어치 상품권을 판매해야 한다. 부장은 1년 연봉 수준인 6000만원어치 상품권을 영업해야 한다. 결국 전 직원이 상품권 영업사원인 셈이다.

금강제화의 한 직원은 "전년보다는 할당량이 줄었지만, 매년 목표치를 받을 때마다 부담"이라며 "판매 압박에 못 이겨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의 압박이 금강제화 협력사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일부 직원들이 협력사에 상품권 구입을 종용하는 갑질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품권 영업이 소비자에겐 눈속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본사 방침에 따라 10만원짜리 상품권을 20% 할인해 8만원에 판매한다. 상품권시장에서 금강 상품권은 이보다 10% 싼 7만원에 팔리고 있다. 회사는 이 가격 할인으로 상쇄되는 부분을 만회하기 위한 판매가격을 책정한다. 소비자는 제품을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 상품권을 선호했다. 하지만 결국 소비자는 매장에서 제값 주고 구두를 구매하는 셈이다.
[구두상품권의 이면]직원강매에 가격조정까지…금강제화의 악습 원본보기 아이콘

◆'잠재적 폭탄' 구두 상품권, 독(毒) 될 수도= 금강제화가 구두 상품권에 목을 메고 있는 데는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제화 업계는 구두 상품권시장 규모를 2500억~3000억원 사이로 보고 있다. 형지에스콰이아와 엘칸토는 상품권 발매를 중단했기 때문에 사실 금강제화 상품권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상품권은 발행한 만큼 매출로 잡을 수 있고 모객효과도 있다는 장점에 제화 업체들의 의존도가 높았다. 1980~1990년대 초반까지는 구두 상품권은 선물로 가장 높은 인기를 차지했다. 1980년대 명절선물로 불티나게 팔려 제화 업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1994년 백화점상품권이 등장하며 구두 상품권 인기가 시들해지자 업체들은 10~20% 할인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품 가치는 하락했고, 할인율을 더 높여야 하는 악순환이 됐다. 결국 효자 역할을 했던 상품권은 제화 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제화 업계 3대 브랜드 가운데 에스콰이아와 엘칸토는 추락, 각각 이랜드그룹과 형지에 인수됐다.

금강제화의 경우 아직 버티고 있지만 '잠재적 폭탄'이 언제 터질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상품권 판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제품력을 강화하고 디자인 등을 차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미 구두 상품권으로 할인 구매가 아니면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금강제화의 고질적 상품권 할인 정책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변화ㆍ혁신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화 업계 관계자는 "금강제화 남성구두는 40대 이상 남성고객들로 인해 그나마 명맥이 유지되고 있지만, 패션성이 강조되는 여성구두의 경우 매출이 감소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젊은 여성들은 고루한 브랜드 이미지에 단조로운 디자인 탓에 금강제화 제품에 매력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