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메운 '블랙리스트' 특검을 지켜보다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박근혜 대통령 모형 옆으로 광화문캠핑촌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박근혜 대통령 모형 옆으로 광화문캠핑촌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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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문제원 기자]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으로 촉발된 '광화문 캠핑촌'이 오늘(28일)로 55일째를 맞았다. 광화문 캠핑촌은 지난달 4일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시국선언 이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50여동 규모의 텐트촌이다.

텐트촌에는 매일 15~20명의 시민들이 머무르고 있다. 초겨울 날씨에 시작한 광장 노숙은 어느덧 영하 8도를 넘나드는 한파를 맞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핫팩과 침낭에만 의존한 채 밤을 지새우고 있다. 첫날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는 문화연대 활동가 신유아 씨는 "예술인 외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종교인,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며 "박근혜 씨(대통령)가 구속될 때까지 텐트는 유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전날 밤에는 6회 '광장토론'이 열렸다. 매주 새로운 의제로 진행되는 광장토론에는 많게는 수십명의 시민들이 참가한다.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조직위원장은 "재벌 총수 등 국가 전체를 농단하는 상황에 특검만을 믿을 수는 없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낮에는 국가의 예술 검열을 반대하는 취지의 '블랙마켓'을 열거나 각자의 재능을 살린 춤교실, 음악공연, 미술전시 등을 진행한다. 또 밤에는 광장토론과 평일촛불집회를 이어간다. 두 달 사이 광장 주변은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와 '국정농단'에 대한 그들의 분노를 담은 '광화문구치소', '희망촛불', 박근혜 포박 모형' 등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27일 오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 등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해 놓은 텐트 위로 추위를 막기 위한 비닐이 덮혀 있다.

27일 오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 등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해 놓은 텐트 위로 추위를 막기 위한 비닐이 덮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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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28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나온 김 전 수석은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특검은 김 전 수석을 상대로 청와대가 박근혜 정권에 비우호적인 문화예술인들을 솎아내고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구속기소)의 외삼촌이다. 이와 관련 특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택 등을 26일 압수수색해 각종 서류와 함께 이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특검은 또 전날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모철민 주 프랑스 대사에게도 외교당국을 통해 출석을 요청했다. 이들은 각각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하며 리스트 작성실무를 맡거나, 문체부에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조 장관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했다.

특검은 조만간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소환해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특검은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김 전 수석과 정 전 차관이 발탁되는 과정에서 최순실ㆍ차은택 등 비선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도 들여다 보고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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