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창업주 부인, 김정일 여사 별세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부인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정일 여사가 1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인은 1923년 7월28일에 출생해 조중훈 회장과 1944년 5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4남 1녀를 슬하에 두었으며 일평생 현모양처의 삶을 살았다. 둘째 며느리였던 고인은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살림을 도맡아 시어른을 봉양했다. 고인은 깊은 불심을 바탕으로 그런 어려운 시절을 견뎌왔다. 항상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지극 정성으로 기도했고, 그런 아내의 정성에 조중훈 회장은 사업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데 바탕이 됐다.

1945년 설립한 한진상사가 한진그룹으로 성장한 데에는 고인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1969년 베트남 전쟁 당시 현지에서 조중훈 회장이 사업을 벌일 때 고인은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전장에서 남편을 도왔다. 고인은 조중훈 회장이 세운 김치공장에서 김치를 직접 담그고 식당에서 직원들에게 밥을 퍼주면서 궂은일을 도맡았다.

고향과 가족을 떠나 머나먼 전장에서 수송작업을 하던 직원들은 어머니처럼 헌신하는 고인의 모습에 큰 위로와 감동을 받고 힘을 내어 일할 수 있었다고 한진그룹 측은 설명했다.고인은 평생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했다. 댁에서 식사는 '아내가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신조를 토대로 단 한 명의 고용원 없이 손수 식사를 마련하고 집안 청소를 도맡아 했다. 특히 추운 겨울에도꼭 필요한 방에서만 난방을 할 만큼 삶에는 절제와 검약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나눠주는 삶을 살았다. 늘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삶을 살아온 김 여사는 임종을 앞두고도, 다른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모든 장례 절차는 당신이 조금씩 모은 쌈짓돈으로 소박하게 치러 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유족으로는 딸 조현숙 씨,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4남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며느리 이명희 씨ㆍ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ㆍ구명진 씨, 사위 이태희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9일. 장지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선산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