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줏값 인상' 딜레마 빠진 '하이트진로·롯데주류'

오비맥주 출고가 인상에
"점유율 늘릴까" vs "따라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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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지난달 1일 오비맥주가 '카스' 등 국산 맥주 전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국산 맥주업체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거 시장 1위 기업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후발주자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려왔지만 이번에는 한달 보름이 지나도록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 이후 맥줏값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내년 빈 병 취급수수료 인상과 할당관세 폐지 등 원가 상승 요인과 판매관리비 등의 증가로 가격을 인상하는데는 뜻을 모았지만 아직까지 인상 시기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이미 지난달 28일 가격 인상 '설(說)'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이달부터는 연말 및 내년 1월2일 등 여러 날짜들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롯데주류도 "오비맥주의 가격인상 이전부터 12월 인상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거나 '연말연초 인상설', 내년 맥주 2공장 완공 후 신제품 출시와 함께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는 등의 각종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가격 인상 시기를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판매량과 점유율이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으로 카스와 '뉴하이트'의 가격 차이는 기존 3원에서 70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상 차이는 작지만 이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주류도매상과 업소들의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식당 등 업소에서는 같은 금액에 판매되는 카스와 하이트 특성상 업주들은 저렴한 하이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 이후 11월은 재고 등의 관계로 판매의 변화가 없었지만 12월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두자리 대의 점유율 변화가 발생하고 있어 민감한 주류시장 특성상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롯데주류는 가격 인상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으로 프리미엄 맥주를 표방한 탓에 카스와 하이트보다 약 180원 비쌌지만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으로 그 격차가 줄어들어 인상의 명분은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클라우드'의 인기가 출시 초기에 비해 시들해진데다 내년 초 2공장 완공 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인상폭과 인상 시기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에 롯데그룹이 연루되며 대내외적인 악재로 정기 임원 인사가 내년으로 연기된 것도 맥줏값 인상 시기를 결정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롯데주류의 가격 인상은 내년 초 정기 임원 인사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가격인상 시기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며 "일시적인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어 곧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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