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금융애로 여전…발전 막는 제도는 개선 돼야"

은행, 대출총량 규제…"중국도 폐지해"
보험업계의 대면·종이서명 의무화…핀테크 제약
증권거래세…"선진국에도 없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경제계가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나는데도 은행창구는 경색돼 있고, 핀테크 기술이 날로 발전함에도 활용에 제약이 있다며 '금융산업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혁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낡은 제도들이 여전하다"며 20개 개선 과제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낡은 제도의 대표적 사례로 은행창구에 대한 예대율 규제를 꼽았다. 현재 은행은 예금수신액 범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한 총량규제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서민과 중소기업은 후순위로 밀려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또한 예대율 규제 때문에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위축되면서 시중에 유동자금은 넘치는데 기업과 가계에는 돈이 잘 돌지 않는 돈맥경화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창구에서는 예대율을 점검하는 분기 말마다 자금을 타이트하게 조이고 다음 분기 초에는 다시 푸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대한상의에 따르면 은행이 조달한 자금 중 예금수신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7.5% 수준이다. 예대율 100% 규제 등 자금순환 경색요인 때문에 통화유통속도는 2005년 0.90에서 지난해 0.69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저금리로 1년 이상 장기예금수신이 줄고 있어 경색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상의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선 예대율규제가 없으며 중국도 경기부양을 위해 작년에 폐지했다는 점, 은행건전성 확보장치로는 현재 예금인출을 30일간 견딜 수 있도록 유동성 보유의무를 부과 중인 점 등을 들어 예대율규제의 조속폐지를 주문했다.

대한상의는 상해보험과 자산운용상품 등을 계약할 때 여전히 대면계약·종이서류 서명의무가 남아있는 점도 핀테크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현재 계약자와 대상자(피보험자)가 다른 제3자 명의보험을 가입할 경우 서면서명만 인정되며, 전자서명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모가 자녀를 위해 상해보험을 들 때 청소년에게 익숙한 인터넷이나 태블릿 PC 대신 굳이 서면으로 작성하는 불편과 비효율을 겪고 있다.

상의는 "전자서명은 공인인증서나 휴대폰인증 등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서명 즉시 온라인으로 보험사 서버에 저장돼 서면서명보다 안전하다"며 "그래도 못 믿겠다면 홍채나 지문 같은 생체인식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요청했다.

20년째 중과세되고 있는 증권거래세의 인하도 주문했다. 현재 상장주식을 매매할 때에는 매도대금의 0.3%를 증권거래세로 물리고 있다. 대한상의는 "미국과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들은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가 과세하고 있지만 우리보다 세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특히 "투자자가 손해를 보고 파는 경우도 허다한데 거래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지분율 1%이상(코스닥은 2%)인 주주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이 과세되고 있는 만큼 2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증권거래세를 세율만이라도 인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이밖에 ▲은행의 이동점포 판매상품에 대한 방문판매법 적용 제외 ▲증권사 자본비율규제를 순자본비율(NCR)제도로 일원화 ▲보험사 IFRS17 대비애로 해소 ▲카드사 비대면영업(전화, 이메일 등) 제한완화 등 총 20개 과제를 건의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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