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낮은 금융 과징금…'징벌' 맞아?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대우건설은 2012년 말 재무제표에 3285억원의 손실을 과소 계상하는 등 분식회계를 했고, 금융당국은 대우건설에 20억원, 감사인인 회계법인에 10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보험사들이 2012~2105년 중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과소지급한데 대해 금융당국이 부과한 과징금은 모두 6800만원이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도이체방크가 금융위기 때 입은 손실을 숨긴 것에 대해 지난해 5월 5500만달러(약 6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국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은 허위 계좌를 만든 웰스파고에 과징금 1억8500만달러(약 2040억원)를 부과했다.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의 금융 과징금 부과 수준이 지나치게 낮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2012~2013년에 일부 카드사들이 1억건에 이르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냈으나 금전적 제재는 모두 3400만원에 그쳤다.

국내 다른 분야와 비교해봐도 금융 과징금 수준은 현저히 낮다. 2014년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의 과징금 부과는 113건, 건당 평균 71억2000만원, 방송통신위원회 34건, 58억3000만원인 반면 금융위원회는 70건, 건당 평균 2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금융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2013년 232억6600만원, 2014년 192억1200만원, 2015년 66억 4700만원, 2016년(1~9월) 53억130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물론 과징금만 많이 부과한다고 해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징벌적 과징금은 효율적인 제재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금융사가 가장 무서워하는 제재가 과징금인 것도 맞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 개정안도 법정부과한도액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과징금 부과액을 평균 3배가량 늘리는 방안이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초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서 "금융업종별 과징금의 대부분은 부당이득 환수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금융관련법 위반에 따라 취득한 이득에 비해 금전제재 부과금액이 상대적으로 낮아 제재의 효과가 미흡"하다며 과징금 부과액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집단소송제를 비롯해 과징금 외에도 부당이득을 소비자가 되돌려 받는 제도가 있어 과징금으로 인한 이중 처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과징금이 예방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아무리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이라도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서는 곤란하다. 10 정도 위법에 50의 제재를 가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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