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직원들에 '엘페이' 강요 논란

유통사 매장 직원 대상 일주일 단위 이용실적 전 직원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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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롯데그룹이 일부 계열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자사 전자결제시스템 엘페이(L.pay) 사용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준법경영 강화를 강조하며 조직개편까지 진행 중인 가운데 이용실적 개선을 이유로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일부 유통 계열사 매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엘페이 사용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권유보다는 '강요'에 가깝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일주일 단위로 직원들의 이용 실적을 취합해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고객들에게 이용을 권하는 등의 간접 실적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사용한 금액을 명시토록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엘페이를 사용해 계열사에서 결제하라는 권유가 지속해서 내려온다"면서 "이용 실적을 취합해 전 직원이 볼 수 있게 메신저로 내용을 공유하고, 실적에 따라 줄을 세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고객들에게 호응이 없자 연말 실적 보고용으로 직원들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이는 강매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엘페이는 지난해 9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앞장서서 야심차게 선보였다. 롯데그룹은 유통부문의 신성장 동력인 옴니채널 구축에 엘페이와 같은 전자결제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투자를 집중해왔다. 신 회장이 직접 서비스의 규모와 질을 지속해서 확대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페이(삼성그룹), SSG페이(신세계그룹), 알리페이(중국 알리바바그룹) 등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 중이던 관련 시스템시장에 뒤늦게 출사표를 던지며 업계 안팎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백화점, 마트, 면세점, 슈퍼 등 다수의 유통망을 갖춰 금세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출시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실적은 부진한 상태다. 신세계가 롯데보다 두 달 먼저 선보인 SSG페이는 플레이스토어를 기준으로 다운로드수 100만건을 기록 중이다. 삼성페이의 경우 1000만건을 웃돈다. 반면 엘페이의 다운로드수는 10만건에 그친다.

애플리케이션 구동 과정에서 오류가 잦거나 일부 직원들이 결제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문제로 현장에서 이용률이 낮다는 내부 지적도 나온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현재 엘페이 관련 사업팀에서 점주 등을 대상으로 결제 방법 등을 지속해서 교육하고 있다"면서 "프로모션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마케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페이 사용 강요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제하는 지침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가입 메뉴얼을 제공하는 등의 선에서 내부 홍보를 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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