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도 입주 때는 가이드라인 적용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아파트 분양 중도금 대출을 받으면 입주 시점에 상환능력 심사를 받게 된다. 아파트가 다 지어진 이후에도 남아있는 대출 잔액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1일 이후 분양공고 되는 사업장의 '잔금대출'에 대해 현행 주택담보대출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고 24일 밝혔다. 객관적인 소득 자료를 확인해 상환능력 내에서 거치기간을 최소화해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하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통상 계약금을 분양가의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나눠받는다. 이 중 잔금대출은 입주 시점에 자동적으로 부동산담보대출로 전환되는데, 그동안은 규제를 받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관련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의 40%가량은 잔금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이번 조치로 은행권의 경우 2019년 이후 매년 1조원 규모의 가계부채가 줄어들 것으로 금융당국은 내다봤다.

금융위는 중도금 대출은 보증부대출이고 상환 만기가 짧아 분할상환을 적용하기 곤란하다며 가이드라인을 적용치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일 뿐이다. 중도금 대출은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 실행되기 때문에 담보 없이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조건으로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고 돈을 빌려주는 셈인데, 아파트가 다 지어지면 보증계약은 종료되고 담보대출로 전환된다.

중도금을 빌릴 때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는 않지만, 입주 시점에 남아있는 중도금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단순히 '잔금'만 대상이라고 봐서는 안되는 것이다. 중도금 대출은 통상 2년가량인 아파트 건설기간에만 가이드라인 적용이 유예되는 것일 뿐이다.

금융당국은 입주 시점에 남아있는 중도금과 잔금이 분양가의 5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때문에 분양가의 70%를 넘길 수는 없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를 분양받아 중도금으로 6000만원을 빌렸고 입주 시점에 3000만원의 잔금대출까지 받으려 한다면 중도금 대출 중 2000만원은 상환해야 한다. 잔금을 절반 이상 내고 중도금 대출을 연장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대출을 못 받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환능력을 파악해서 매달 내는 원리금 규모를 정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우에 따라 대출이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은행 입장에서 보면 중도금 대출을 실행할 때 소득을 파악해놓고 입주 시점에는 상환능력을 따져볼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데도 여러 채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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