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휩쓴 VR… 국내 대형 업체들은 '잠잠'

VR특별관 '문전성시'… 30분 만에 예약 마감, 대기시간 최장 3시간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 부스에는 VR '제로'
국내게임사 차세대 먹거리 대비 부족하다는 지적


지스타2016 VR 특별관

지스타2016 VR 특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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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가상현실(VR)이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2016'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이 같은 VR 돌풍에서 제외돼 차세대 먹거리 전쟁에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졌던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16'이 나흘 간의 행사 끝에 폐막했다. 지난해 일반인 관람객 21만명보다 4.5% 늘어난 22만명이 지스타를 방문했다.

VR은 지난해보다 더욱 존재감을 키워 지스타의 메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BTC(일반인 대상) 전시관의 30% 정도가 VR 콘텐츠로 꾸려졌으며 별도 체험관인 'VR특별관'도 최초로 마련됐다.

개막 첫 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VR특별관으로 몰려 개장 1시간 남짓 만에 체험 예약이 마감되기도 했다. 1인당 체험시간이 10분으로 제한됐지만 최대 3시간을 기다려야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지스타 관람객들이 VR에 환호를 보냈지만 정작 국내 업체들은 모바일·온라인 게임 위주로 전시하는 데 그쳤다. VR특별관을 차지한 것도 '배트맨 아캄 VR',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 자칼 어썰트' 등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의 작품들이었다. 일반 부스에서도 VR로 인기를 끌었던 것은 그래픽장치를 제조하는 엔비디아의 VR 체험관이었다. 국내 게임업계 빅3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VR 콘텐츠는 전무했다.

넥슨은 이번 전시에 역대 최대인 400부스를 마련하고 역대 최다인 35종을 출품했지만 VR 콘텐츠는 없었다. 메인 스폰서로 참가한 넷마블도 두 번째 크기인 100부스에 3종의 게임을 내놓았지만 VR 콘텐츠는 없었다. 엔씨소프트는 BTC관에 아예 부스를 마련하지 않았다.

지스타2016 내 넥슨 부스 PC게임 시연존 (제공=넥슨)

지스타2016 내 넥슨 부스 PC게임 시연존 (제공=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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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게임을 선보인 국내 업체는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엠게임, 앱노리, 로이게임즈 등 중소 업체 뿐이었다. 지스타에서 대형 부스(100부스 이상)을 마련한 게임사 중국 게임사인 룽투코리아만이 VR 콘텐츠를 내놓았다.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은 아직까지 VR 게임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VR게임을 30분 이상 즐기면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목에 부담이 가는 등 상용화까지 여러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증강현실(AR)과 VR이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전반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고 있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이런 기술이 있다' 정도의 VR 콘텐츠만 나왔지만 올해에는 본격적인 VR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대세가 VR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기존 RPG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차세대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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