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의혹 논란' 현대시학, 편집위원 전원 사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시 전문지 '현대시학'이 신인 등단 과정에서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주간과 편집위원이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부정청탁 논란이 처음 제기된 것은 현대시학이 운영하는 시 창작반을 수강했다는 A씨가 트위터 등에 글을 올리면서다. A씨는 편집위원인 권혁웅 시인이 올해 상반기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B씨와 관련해 "이수명 시인이 지도하는 창작반 수강생인데 이 시인이 B씨를 등단시켜달라고 부탁했고, 홍일표 주간도 뽑아주라고 해서 뽑아줬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이야기는 당시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수강생도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당시 이 자리에 있었던 C씨 역시 "심사 당시에 있었던 구체적인 정황을 현대시학 관계자에게 전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등단한 사람이었던 탓인지 이를 상대적으로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큰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편집위원 이수명 시인은 홍 주간이 잘 쓰는 시인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전화로 물어와 "'주요 문예지에서 본심까지 오른 잘 쓰는 분이 있으니 한번 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홍 주간이 청탁으로 표현하면서 B씨는 당시 심사에서 떨어졌다. 그러다 이듬해 다시 신인상에 작품을 냈고, 이 시인은 "올해 상반기 편집위원으로서 신인상 본심을 진행하던 중 수강생의 작품을 발견하고 심사에서 기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일표 현대시학 주간은 "지난 3월에 있었던 '현대시학' 신인상 심사는 다섯 사람이 했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을 놓고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이견이 있었고 결국 복수 당선자를 내게 됐다. 사전에 문학교실 수강생들이 많이 응모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으나 심사위원의 사전 청탁 또한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오해없기를 바란다"고 청탁이 없었음을 해명했다.조재룡 편집위원은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시들은 뛰어난 수준의 작품이었으며 시단에서 활동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는 작품이었다. 이 세 분의 시가 당선작으로 선정되는 데에는 어떤 부정한 청탁이나 주관적 사심의 개입이 없었으며, 오직 투고된 작품의 수준과 가치만이 그들의 유일한 당선 이유"라고 밝혔다.

이 사태로 현재 홍일표 주간을 비롯 모든 편집위원들이 사퇴했다. 현대시학은 "이런 상황에서 11월4일 시상식을 치를 수 없게 됐지만 수상자들에게 상패와 상금 등은 다음주 중 전달하겠다"고 30일 밝혔다. 현대시학은 1969년 창간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 잡지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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