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전쟁 ②]신성장동력 R&D 세액공제 '허점 투성'

투자금액 클수록 혜택
중소기업 찬밥 신세

조세지원 규모도 작아 효과 미지수
일부 대기업 집중·이중지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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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내년부터 로봇과 미래형 자동차, 지능정보,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11개 분야에 해당하는 세부기술 연구개발(R&D) 비용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은 비용의 30%를 공제받을 수 있으며, 중견·대기업도 매출액과 비중을 계산해 최대 30% 공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 신성장동력 R&D 세액공제를 상향했다. 세제혜택을 확대해서 관련 분야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성장산업 R&D 세액공제를 11대 신산업 기술 중심으로 개편하고 세액공제율도 인상했다. 또 신성장산업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시설투자 시 투자금액의 10%(중견기업 8%·대기업 7%)를 세액공제하는 방안을 신설한다.
신성장동력 R&D 세액공제(자료:기획재정부)

신성장동력 R&D 세액공제(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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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도 도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성장 R&D 조세지원 규모가 크지 않아 보조적인 수단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9년 신성장 R&D 공제 실적은 810억원에서 2013년 1284억원으로 연평균 12.2% 증가, 일반 R&D(13.4%)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다 보니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지원을 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더욱이 R&D 조세지원은 상당부분 대기업 위주다. 2014년 기준 기업 R&D에 대한 정부지원 규모는 재정지출 3조7000억원, 조세지출 3조1000억원 등 총 6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러한 재정지출의 66.1%는 중소기업에 돌아갔지만, 조세지출 68.7%는 대기업이 차지했다. 재정을 통한 출연금 지원 등은 정부가 대상을 결정할 수 있지만, 기업 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는 투자 규모가 클수록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때문에 이미 R&D 세액공제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 대기업에 이중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10대 기업 R&D 세액공제 금액 점유율은 2009년 63.8%에서 2010년 70.6%, 2011년 72.4%, 2012년 77.4%, 2013년 85.8%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이번 신성장동력 조세지원 규모가 크지 않아 기대만큼 성장동력 육성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신성장산업 세제지원 세수효과를 향후 2년간 매년 217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화산업 투자수익률 추이(자료:국회예산정책처)

영화산업 투자수익률 추이(자료: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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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 신설로 인해 연간 세수도 약 233억원으로 예상된다. 한 해에 3조원이 넘는 R&D 세액공제가 이뤄지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다.

영상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일부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단점이 제기되고 있다. 2006~2015년 영화산업 투자는 평균 12.6% 손해를 기록했다. 도둑들, 설국열차 등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다수 제작된 2012, 2013년을 제외하고 마이너스 상태다.

이처럼 고위험고수익이 특징인 영화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는 흥행에 성공해 수익이 크게 발생한 일부 기업에 한해 세 부담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주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영상 콘텐츠 세액공제로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유인이 크게 늘어서 영화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시장 적정수준을 넘어 과다하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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