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 항소심 첫 무죄…“병역 기피자 양산한다는 주장 설득력 없다”

양심적 병역 거부가 무죄라는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심적 병역 거부가 무죄라는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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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혜 인턴기자]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는 무죄라는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18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또 "군 면제 사유가 다양한데 양심적 병역거부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거나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양심에 의한 의무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떳떳하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A씨 등은 입영 통지를 받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병역법 88조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법원 역시 이를 근거로 그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남성은 2006년 이후 10년간 5723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5215명이 처벌을 받았다. 이들의 반발로 병역법 88조는 현재 세 번째 위헌 심판대에 올라있다.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단순 처벌은 실효성 없어, 대체복무제가 답”

양심적 병역 거부는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라고도 한다. 국제 엠네스티는 사상, 양심, 종교, 신념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젊은이들에게 불필요한 징역 처벌을 중단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실제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처벌은 형벌의 예방 효과도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또 대체복무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까지 낭비한다는 이유로 그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은혜 인턴기자 leh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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