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화성을 향한 무모한 꿈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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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7일 미국의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와 우주발사체 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 야심 찬 화성 이주 계획을 발표했다. 그 계획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로켓이 우주선을 싣고 지구 궤도로 올라간다. 로켓의 크기는 40층 빌딩 정도이고 42개의 엔진이 한꺼번에 작동하게 될 것이다. 로켓은 분리되어 지구로 돌아와 재사용된다. 지구로 돌아온 로켓은 연료통을 싣고 다시 궤도로 올라가 미리 올라가 있던 우주선과 만나 연료를 공급하고, 연료를 공급받은 우주선은 화성을 향해 날아간다. 현재의 무인 탐사선은 화성에 도착하는 데 대부분 8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이 우주선의 엔진은 우주선을 시속 3만km로 가속해 화성에 불과 3개월 정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해 준다.

 기본적으로 이 계획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화성에 사람이 이주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계획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이 우주선에 최소 수십 명의 사람이 타게 돼 있고, 화성에 도착하는 시기는 불과 8년 후인 2024년이며, 여기에서 계획하고 있는 장비는 아직 아무것도 완성된 것이 없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일론 머스크의 발표가 있기 불과 한 달도 전에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팔콘9는 발사대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이라면 스페이스X의 로켓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아직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인데, 그것은 아직 스페이스X의 로켓이 사람을 태워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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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에 설립된 스페이스X가 지난 14년 동안 놀라운 발전을 이룬 것은 당연히 인정하지만, 현재의 기술을 앞으로 8년 동안 화성에 사람을 이주시킬 수 있을 정도의 기술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를 위해서 불과 2년 후인 2018년에 새롭게 개발한 로켓으로 무인우주선을 화성에 보내겠다는 계획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사고가 나더라도 비용 손실 외에는 큰 문제가 없는 무인탐사선과는 달리 우주로 사람을 보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달에 사람을 보낸 지 47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아무도 그보다는 멀리 가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사람은 지구 이외의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적합한 존재가 아니다. 무중력 상태에서의 생활은 뼈와 근육을 약하게 만들 것이고, 지구에서 즐겨 먹던 요리를 먹을 수도 없고, 취미 생활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지구의 자기장과 대기의 보호막 밖에서는 방사선에의 노출을 피할 방법이 없다. 화성까지 날아가는 3개월 동안 여행자들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1년간 허용된 한계치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될 것이다. 화성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자기장이 없는 화성에서의 방사선은 지구의 100배나 된다. 이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면서 사람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실험해보지 않았다.

 고립된 상태에서 생활할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정신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얼마 전 하와이에 화성의 환경을 모방한 시설을 만들어 과학자 6명이 1년 동안 생활하는 실험을 한 것도 고립된 환경에서 사람이 얼마나 잘 살아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활했던 우주비행사들은 창 밖으로 보이는 지구의 모습에서 자신이 고향과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크게 느꼈다고 말한다. 달에서만 하더라도 지구는 충분히 크게 보이지만, 화성에서 지구는 그저 하나의 밝은 별처럼 보일 뿐이다. 이런 지구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고, 그런 고립감에서 사람이 얼마나 심리적 동요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화성으로 사람을 이주시키는 계획에서 사람에 대한 계획은 없고 기술에 대한 계획만 있다면 그 계획을 신뢰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그 기술에 대한 계획마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무모한 목표에는 무모한 계획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 앨런 머스크는 화성 이주 계획을 발표하면서 무엇보다도 이것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가 정말하고 싶은 말은 그것일지도 모른다.
 일론 머스크의 발표가 있은 지 약 일주일 후, 보잉사는 화성에 처음 도착하는 사람은 보잉의 로켓을 탈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잉사는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낸 새턴 V 로켓을 만들었고 지금은 NASA와 함께 스페이스 론칭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이므로 스페이스X의 좋은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30년까지 인류를 화성에 보내 귀환시키겠다는 화성 미션을 선언했다. 일론 머스크의 발표가 이 선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아도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를 응원하고 싶다. 무모한 꿈이라도 꾸는 것이 꿈도 꾸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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