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택시장 대출억제가 능사는 아니다

두성규 건산연 연구위원

두성규 건산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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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시장의 화두라면 올해 연말 즈음 유력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파급효과와 '8ㆍ25 가계부채대책'의 효과나 지속성을 들 수 있다. 향후 주택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적지 않다보니 일반 수요층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2ㆍ4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인 1200조원에 근접하면서 세간의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 발표는 가계대출 부실과 급증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측면에서 부분적으로 공감이 간다. 하지만 주택시장과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짚어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527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44%를 차지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 가계부채 문제는 주택시장과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과도한 대출규제의 강화는 자칫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그나마 겨우 유지되고 있는 국내 경기를 침체의 늪으로 끌고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충분한 주택마련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실수요자에겐 내 집 마련 꿈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와 자금사정이 좋은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확대되는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심화 등의 부작용도 있다.

이쯤이면 주택시장의 향후 방향성과 추가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폭발적인 분양물량과 서울 강남발 재건축 현장의 과열 움직임을 주택경기의 완연한 회복세로 연결해서 이해해도 괜찮을지….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답으로는 지금 주택시장에 일시적 활황의 착시현상이 드리워져 있을 뿐 오히려 분양절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불황의 그늘로 다가서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엄청난 공급(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는데, 10월에만 2000년 이후 최대치인 10만 가구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입주대기 중인 준공물량도 올해 4분기에만 전국적으로 9만가구가 넘는 등 최근까지 주택시장의 수급 균형을 흐트려 놓을 정도로 많은 편이다.

이처럼 물량은 넘치는 데 경제성장률 저하로 인한 소득감소와 일자리 부족 등 암운이 드리워진 상태에서 이를 소비해 줄 수요층의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팍팍해지는 편이다. 어쩌면 대출상환 걱정 및 내 집 마련의 간절한 꿈을 가진 실수요층과 저금리 기조 아래 이리저리 투자기회를 엿보는 상위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중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수급측면에서는 공급과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월 대비 약간 줄기는 했지만 8월 말 기준으로 여전히 6만2000가구를 넘는 전국 미분양 물량 가운데 70%에 가까운 물량이 지방에 몰려있다. 즉,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벗어나면 지방은 이미 냉각상태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앞으로는 주택시장을 또 다시 침체의 긴 터널 속으로 뒷걸음치게 만드는 자충수를 피해야 한다. 또한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대출억제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재당첨이나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는 등 주택시장의 자율성 및 정상적인 기능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데 우선을 둬야 한다.

또한 시장왜곡이 발생한 경우 전국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국한된 맞춤식 대책이 필요하다. 규제가 불가피할 때도 심화되고 있는 주택시장 내 양극화 현상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수요층의 심리적 안정감까지 줄 수 있는 정교한 방법론이 모색되어야 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