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흠 연세의료원장 "첨단기술에 따뜻함 입히겠다"

"한국적 의료 AI 구축하겠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첨단 기술에 따뜻함을 입히겠다는 사람이 있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60세)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미래 '세브란스 100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 원장은 한 장의 사진을 들고 나왔다. 사진은 빛이 매우 바랬다. 오래된 사진이었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한민족 한 사람과 노새가 찍혔다. 노새 위에는 낯선 서양인이 타고 있었다. 근대 첫 병원인 제중원을 설립한 알렌 박사가 왕진을 가는 모습이었다.

▲윤도흠 원장

▲윤도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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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원장은 이 사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는 "당시 알렌 박사가 우리나라에 제중원을 설립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늘 생각한다"며 "언뜻 선교를 위해 의료를 이용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뜻한 사랑이 있었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은 1885년 설립된 제중원의 역사를 이어받았다. 132년의 역사와 경험을 자랑한다. 윤 원장은 "세브란스의 향후 100년을 위한 '스타트업 세브란스 100'을 최근 전 직원들과 공유했다"며 "앞으로의 100년은 첨단기술에 따뜻함을 입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의료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윤 원장은 "제중원을 시작으로 한국인을 치료해온 세브란스는 132년 동안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데이터와 진료 연구 데이터를 체계화해 왔다"며 "앞으로 빅 데이터와 한국인 유전체 연구 자료 등을 추가해 한국인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 맞는 '한국형 의료 AI'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연세의료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세브란스병원장으로 있으면서 이 같은 전략에 대한 사전 연구를 진행해 왔다. 윤 원장은 "세브란스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미국과 영국, 호주 등 IT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인터넷과 클라우딩 업체,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업 등과 차세대 의료정보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며 준비해 왔다"며 "글로벌 IT 기업들과 의료정보 데이터 수집·저장, 처리 시스템 구축 작업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세의료원은 현재 중국 업체와 함께 칭다오세브란스병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송도에는 세브란스국제병원을 만든다. 여기에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건립 또한 버티고 서 있다.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은 재정난 등으로 2~3년 동안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윤 원장은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 세브란스병원장에 취임했고 올해 8월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선임됐다. 현재 의료분쟁 조정중재원 이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국제 의료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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