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이런 ‘햄릿’은 없었다

타이거 릴리스 & 덴마크 리퍼블리크 씨어터의 햄릿

타이거 릴리스 & 덴마크 리퍼블리크 씨어터의 햄릿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1601년 탄생 후 지금까지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희곡 중 하나다. 그만큼 수많은 장르로 재탄생돼 많은 사람들이 세대에 걸쳐 향유했다.

관객은 이제 새로운 햄릿을 원한다. 오는 10월 12~14일 LG아트센터에서는 올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이해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 컬트밴드 타이거 릴리스(Tiger Lillies)와 ‘햄릿’ 이야기의 배경인 덴마크 극단 ‘리퍼블리크(Republique)’가 함께 만든 독보적인 음악극 ‘햄릿’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텍스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음악과 이미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햄릿’의 장대한 이야기를 스물한 개의 시퀀스로 압축하고, 각 시퀀스를 노래와 이미지로 이끌어간다.

‘햄릿’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타이거 릴리스의 음악이다. 영국의 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는 노래와 아코디언 연주를 하는 마틴 자크, 드러머 요나스 골란드, 더블베이스 아드리안 스타우트 등 세 명으로 구성된 밴드다.

타이거 릴리스는 이 작품에서 자신들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연출가인 마틴 툴리니우스는 “‘햄릿’을 맡은 후 첫 번째로 타이거 릴리스를 떠올렸다. 햄릿이 가진 묘하고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누가 더 잘 포착해낼 수 있겠는가?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대해 시적인 방법으로, 아름다운 가사로 표현해내는 타이거 릴리스의 방식이야말로 햄릿의 세계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오필리아의 심정을 담은 처연한 발라드 ‘Alone’, 유명한 대사인 ‘죽느냐 사느냐’를 섬뜩한 카바레 음악으로 바꾼 ‘To Be or Not to Be’, 햄릿이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부르는 ‘Worms’ 등 음악들은 인간의 심연을 파고든다.

리퍼블리크와 마틴 툴리니우스는 햄릿 일가의 슬픈 자화상을 아름답고 시적인 이미지를 통해 명징하게 그려낸다. 강렬한 비주얼과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무대로 주목 받고 있는 마틴은 2000년 덴마크 최고의 공연예술상인 라우머트상 ‘베스트 뉴 드라마’ 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이후 여러 차례 라우머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햄릿’에서 그의 효과적인 무대 연출은 장면마다 감탄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지 못하는 왕족들을 인형처럼 줄에 매달린 것으로 묘사하고, ‘오필리아의 죽음’ 장면에서는 무대 위에 투사된 거대한 강물이 그녀를 통째로 집어삼키게 해 “지금껏 본 가장 아름다운 오필리아의 죽음”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2012년 덴마크에서 초연된 음악극 ‘햄릿’은 영국, 스웨덴, 캐나다, 네덜란드, 스위스, 폴란드, 터키, 호주, 멕시코, 콜롬비아 등 세계 유수의 극장과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며 관객과 평단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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