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생산 30대… 위기 몰린 '아슬란'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대차 아슬란 생산량이 월 30대까지 떨어졌다. 100대 밑으로 월 판매량이 급감한데다 프로모션 강화에도 좀처럼 수요가 붙질 않아서다. 하반기 신형 그랜저 출시까지 예정돼 있어 아슬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아슬란

현대자동차 아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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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7월 아산공장에서 생산된 아슬란은 불과 34대다. 하루에 1대꼴로 생산되는 셈으로 2014년 출시 후 가장 낮다. 지난 1월 500대 가량 생산했던 것과 비교하면 7개월만에 물량 90%를 줄였다.당초 현대차는 연말과 올초 기업들 임원 차량 수요를 바탕으로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자 재고율 조정을 위해 생산량을 낮추기 시작했다. 1월 527대에 이어 2~3월에는 300대, 5월에는 100대까지 조정했다. 아산공장 내 아슬란 생산라인이 그랜저, 쏘나타와 함께 혼류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지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원인은 단연 판매량에 있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현대차 라인업 중 유일하게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보지 못했다. 올들어 6월까지의 아슬란 판매량은 1095대로 지난해 같은기간 누적 생산량(1805대)의 절반에 불과했다.

7월 판매량은 80대까지 떨어졌다. i30와 벨로스터가 월 내수 100대 미만에 불과하지만 수출량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승용 라인업 중에는 아슬란이 가장 적게 팔리고 있는 셈이다.8월에는 90대가 팔리며 소폭 늘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하반기 신형 그랜저 출시가 예정돼 있는 만큼 간섭효과를 대비해 재고 조절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생산량을 떨어뜨린 것도 이때문으로 현재 아슬란 재고량은 1200여대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는 아슬란 할인폭을 키웠다. 현대차는 이달 중 아슬란 2016를 사는 고객에게 200만원 할인 또는 30만원 할인에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완성차 업계에서 플래그십 세단에 무이자 할부를 얹은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도 판매량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이미 두 차례나 판매가를 낮췄음에도 수요를 끌어오지 못했다. 현대차가 신차 출시 후 공식적으로 1년만에 가격을 두 번이나 내린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단종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재고물량의 경우 프로모션을 통해 소진 가능한데다 내년께 계획된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 새 수요층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의 완성도나 품질에서의 평가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며 "새 모델 출시 이전까지 시장 상황에 맞는 새로운 판매 전략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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