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들어가 놓고 갈 테니 비밀번호나 알려주세요."

가구 배달기사 황당 요청 "하루 동선 빡빡해 어쩔 수 없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출처=아시아경제DB

사진은 기사와 무관. 출처=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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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오늘 시간 안 되신다는 거죠? 그럼 알아서 들어가 놓고 갈 테니 비밀번호나 알려주세요."

혼자 사는 여성 최모(30·서울 동작구)씨는 최근 주문한 가구를 집으로 받는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서랍식 침대와 수납장을 받기로 했는데 배달 기사와 시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맞지 않자 대뜸 기사가 현관문 디지털 잠금장치(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것이다. 집 안의 물건도 걱정이지만 혼자 살고 있어 부담스러웠던 최씨가 비밀번호 알려주기를 거절하자 배달 기사는 "이 동네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며 "배송될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최 씨는 2주 후에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가구를 주문하고 이를 배송받는 과정에서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배송 후 조립·설치되는 가구의 경우 배달 기사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야만 가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구가 배달되는 과정은 가구 대리점에서 주문을 하면 고객센터 접수 후 배달 기사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배달 기사는 고객과 직접 만날 시간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 소통이 되지 않아 배송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관악구에 사는 이모(34)씨도 주문한 가구를 포장 누락과 물량 부족 등 때문에 세 번을 기다린 끝에 받았다. 이씨는 "이틀 만에 배송이 가능하다고 해서 브랜드 가구를 주문을 했는데 막상 배송 당일 미리 얘기도 없이 해당 물건이 오지 않아 연차 휴가를 쓴 시간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음날 고객센터를 통해 배달을 원하는 시간을 얘기 했는데 배달 기사는 또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 번거로웠다"고 말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고객센터가 일방적으로 배달하는 시간을 배달 기사에게 지정할 수는 없어 고객이 배송 과정에서 불편을 겪기도 한다"면서 "하루 동선이 빡빡한 기사들에게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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