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리우 10]"지금 이 모습이 우리의 현실"

축제 끝난 자리엔 쓸쓸함, 올림픽은 무엇을 남길까

[여기는 리우 10]"지금 이 모습이 우리의 현실" 원본보기 아이콘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한바탕 축제가 지나간 리우데자네이루는 하루 만에 얼굴을 바꿨다. 22일(한국시간) 열린 폐회식으로 올림픽이 마무리되자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관람객으로 북적이던 메인프레스센터(MPC) 인근은 차량이나 행인이 적어 적막한 분위기다. 각국으로 출국하는 취재진을 실어 나르는 수송 버스만 분주하다. 이틀째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와 강한 바람이 공허함을 더한다.

리우는 빠르게 올림픽의 여운을 지우고 있다. 폐회식에 앞서 남자 마라톤 경기가 열린 삼보드로무 경기장은 중장비 차량이 내부를 오가며 시설물을 철거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도 관련 집기를 해체하느라 분주했다. 이곳은 우리 선수단에 특별한 장소였다. 남녀 양궁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을 석권한 무대다. 그러나 영광의 흔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삼보드로무 인근의 카툼비 지역은 리우에서도 치안이 불안하고 빈민층이 많이 사는 곳이다. 경기장 철거가 한창일 때 이곳에서 수송 버스를 기다리다 마을 주민과 대화를 했다. 이름은 에두아르두(68). 리우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보낸 토박이라고 했다. 그는 버스 정류장 옆 건물의 슬레이트 지붕이 바람에 위태롭게 날리자 외국에서 온 취재진이 걱정됐는지 자리를 피하라고 재촉했다. 그러면서 "조금 전에도 강한 바람에 지붕이 날아갔다.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어를 잘했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관심을 보이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북한인지 남한인지도 물었다. "남한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며칠 전에 북한 선수들이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얘기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 기억에 한국이 40~50년 전에는 매우 가난했지만 지금은 아주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며 사실을 되물었다. 그는 "아직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가 본 경험이 없다"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중국이나 한국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취재진에게 "남북이 독일처럼 통일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냐"고 물으면서 "남한이 북한을 위해 많은 돈을 써야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여기는 리우 10]"지금 이 모습이 우리의 현실" 원본보기 아이콘

흥미롭게 한국에 대해 알고 있던 사실을 설명하던 그는 리우와 브라질을 얘기하면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브라질은 매우 가난한 사람이 많다. 리우도 땅은 넓고 인구는 많은데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다. 한국처럼 부유한 나라가 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성장한 동력을 "교육의 힘"이라고 정의하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이 크고, 잘 갖춰진 교육 시설로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영어를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고, 기본적인 수학 실력이 부족한 사람도 많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한국처럼 크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무능하고 정치인은 부패하다고 성토하면서는 "지긋지긋하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눈앞에서 열린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듯했다. 토머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63)은 폐회를 선언하면서 "올림픽이 남긴 유산은 다음 세대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리우도 올림픽을 통해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카를로스 누즈만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장(74)도 "우리에게 올림픽은 큰 도전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브라질이 후퇴하지 않을 것임을 증명했다"고 했다. 그러나 에두아르두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리우는 늘 미래를 지향했다. 좀 더 나은 세상과 부유한 삶, 건강한 도시. 그렇게 50년이 넘도록 내일을 얘기했다. 어떤가? 당신이 보고 있는 모습.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여기는 리우 10]"지금 이 모습이 우리의 현실" 원본보기 아이콘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