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人]마지막까지 '소신'지킨 라구람 라잔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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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비판은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최후의 순간에 가치 있는 기여를 하는 것이다. 나는 용케도 아주 조금씩 (그것을 위해) 움직여왔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마지막으로 주재한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기준금리를 6.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3년 9월 취임한 라잔 총재는 임기를 마치고 내달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9일 마지막 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인플레이션 억제책에 대해 "적절성 여부는 5~6년이 지난 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라잔 총재는 임기 내내 경기 부양효과를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인도 재무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그는 무분별한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하지 않았다. RBI는 2014년 8.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6.50%로 1.50%포인트 낮췄다. 경기 부양 효과보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이 화폐 가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인도 인플레이션율은 6월 5.77%로 소비자 물가상승률 목표를 2021년까지 연 4%로 유지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이미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라잔 총재는 나렌드라 모디 정권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라잔 총재의 연임이 무산된 데에도 모디 정권의 정치 기반인 여당 민족봉사단(RSS)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라잔 총재는 특히 재임 기간 동안 은행의 불량채권 처리에 주력했다. 그는 "불량 채권 문제에 있어서 은행은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퇴임 후에도) 이러한 노력이 후퇴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라잔 총재의 바람대로 은행의 불량채권 문제가 해결되려면 무엇보다 RBI의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 그는 정부가 총재를 지명하는 제도가 개입 여지를 두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연되고 있는 총재 지명 또한 라잔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향후 RBI에는 금융정책위원회 제도가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그동안 통화정책을 총재 단독으로 결정하는 한계를 지적해온 라잔 총재의 뜻이 관철됐다. 라잔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개인이 아닌 합의체가 통화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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