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청약통장의 배신

다음달 18일부터 주택청약종합저축 금리 또 인하…'연 1.8%'
"특판상품 보다 금리 낮아 이자 매력 떨어져"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내 집 마련 기회와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챙겨줘 한때 '만능통장'으로 불렸던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새 아파트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 데다 금리도 연 1%대로 내려오는 등 재테크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급속히 떨어져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청약종합저축 2년 이상 가입자의 이자율이 8월12일부터 기존 연 2.0%에서 연 1.8%로 0.2%포인트 내려간다. 국토부 관계자는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그에 따른 시중금리 인하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며 "다만 시중 금리를 고려해 2년 이상 가입자에 한해서만 금리를 일부 인하했고, 새로운 금리도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상품별 공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시중은행 정기예금(2~3년) 평균 연 이자율은 1.34%. 청약저축(2년 이상) 금리보다는 다소 낮다. 하지만 특판상품까지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판상품의 경우 기본금리가 연 1%대 초ㆍ중반대인 일반 상품과 달리 기본금리가 1% 중후반대고 우대금리를 포함하면 2%대의 연 이자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을 위해 2013년 청약통장에 가입했다는 30대 회사원 오모(서울 은평구)씨는 "최근 청약경쟁률이 워낙 높아 청약은 엄두도 못 내고 있고, 그나마 유지한 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 때문이었다"며 "금리마저 1%대로 내려간 만큼 해지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입자 수 증가세 둔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총 1845만6702명으로 전월(1833만8010명)보다 0.6%(11만869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입자 수가 1623만1991명에서 1646만8821명으로 1.4%(23만6830명) 증가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청약 1순위 요건 완화도 증가세 주춤거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은 수도권의 청약 1순위 가입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1순위 통장의 희소성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소득 공제 등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유주택자이거나 연 소득(부부 합산) 7000만원이 넘으면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주택에 당첨될 경우 공제받았던 금액 일부를 추징당하게 된다.

양용화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청약저축의 주목적이 청약인 만큼 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금리에 민감한 가입자의 경우 해지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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