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만 받던 해양오염 방제 비용, 대폭 오른다

국민안전처, 연구 용역 실시..."원인자 부담 원칙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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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앞으로 기름 유출 등 해양 오염 사고를 일으킨 기업ㆍ선박들은 방제 비용을 지금보다 3배이상 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관련 법상 규정만 돼 있을 뿐 사문화 돼 있던 '원인자 부담 원칙'을 강화하기로 하면서다. 이를 통해 해양 오염 사고를 일으킨 기업ㆍ선박들이 정부에 지불하는 방제 비용을 최소한 3배 이상 올려받는다는 계획이다.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해양 오염 사고 발생시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연구용역 사업에 들어갔다고 22일 밝혔다. 해경본부에 따르면 전세계 각 국들은 이미 1972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권고한 안 대로 해양 오염 발생시 원인을 제공한 기업ㆍ선박들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해양 환경을 복원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의 경우 해양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각 선박ㆍ기업들과 계약된 민간 방제업체들이 신속하게 방제에 나서 최대한 빨리 마무리한다. 미국은 민간 방제업체와 계약이 안 된 선박은 아예 입항을 불허한다.
우리나라 10대 해양오염사고

우리나라 10대 해양오염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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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해양환경관리법상 '오염원인자 책임 원칙'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작 시행을 위한 내규(해양오염 방제비용 부과 징수규칙)이 너무 허술하다. 방제를 위해 동원된 항공기ㆍ선박ㆍ유류회수장비의 경우 외국에선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운용ㆍ관리비를 받지만 현재 해경은 '실비', 즉 기름값만 청구하고 있다. 다른 나라였다면 금액이 3배 이상 더 나왔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동원된 인력의 인건비도 '시간외 수당'만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민간 보다 정부의 방제 비용이 70% 이상 저렴하다. 우리나라에선 해양 오염 사고를 일으킨 선박들이 국적 불문하고 자발적인 조치없이 정부에 방제 조치를 떠넘기는 '도덕적 해이'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07년 발생한 최악의 해양 오염 사고인 태안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해경이 방제 작업을 마친 후 허베이스피리트호 선사 측에 부과한 돈은 161억원에 불과했다. 2010년 미국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를 낸 BP사가 지출한 방제비용이 2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해양오염위험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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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해경은 이번 용역을 통해 그동안 부과하지 않던 선박ㆍ항공기 사용료를 방제비에 포함시키고 기존의 사용료도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연구 용역 기관은 한국해양대학교가 선정됐다. 오는 12월말까지 국내외 사례조사ㆍ방제비용 산정 기준안을 마련해 관련 규칙을 개정,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안전처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해양 오염 사고의 91%가 비용 부담이 어려운 소형ㆍ영세 어선에서 발생하는 바람에 정부가 최소한의 비용만 청구해왔다"며 "원인자들이 비용을 모두 책임지도록 할 경우 해양 오염 예방ㆍ신속한 방제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이를 관리만 하는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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