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 닫을 것 같은데…" 보험설계사의 검은 유혹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보험설계사 A씨는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중급 병원을 찾아가 '검은' 제안을 했다. 입원이나 장해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해 보험금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병원의 존폐가 위협받을 정도라 병원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A씨는 지인 등 보험가입자들을 병원에 알선해주고 병원장과 함께 막대한 보험금을 가로챘다.

금융감독원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보험가입자들의 장해 진단 비율이 매우 높고, 특히 A씨로부터 보험을 가입한 환자들이 많다는 점을 확인해 보험금 청구 관련 자료 등을 분석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처럼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병원과 짜고 보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보험업 종사자 사기 관련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 혐의가 있는 보험설계사 104명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22일 밝혔다. 전체 사기액 규모는 128억원에 이른다.

적발된 사례들을 보면 특정 보험설계사에 의해 모집된 10여명의 보험가입자가 단기간에 6∼17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가입자들이 모두 동일한 병명으로 동일한 병원에 장기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특정 보험설계사에 의해 모집된 10여명의 가입자가 특정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동일한 수술을 수차례 반복해 실시한 것으로 의료기록 등을 조작했다. 이 수술은 반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종류다.

특정 지역의 보험설계사들이 많게는 17건까지 보험에 직접 가입한 후 경미한 질병으로 장기 입원하거나 2개 이상 병원에 동시에 입원한 것처럼 꾸민 사례도 적발됐다. 입원보험금 수령액이 5000만원을 넘는 설계사들이 수사대상이 됐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인지·제보 사건 중 보험설계사 등 종사자 연루 가능성이 유력한 사례들을 선별한 후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을 통해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다양한 유형의 보험사기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획조사를 실시하고, 각 보험회사 및 보험대리점 등에 대해서도 보험사기 관련 검사 및 제재조치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금감원은 “보험업 종사자가 가담·개입하는 형태의 보험사기 범죄는 1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식이 없는 다수의 보험가입자를 끌어들여 다량으로 사기범을 양산하는 등 그 폐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가입자는 입원보험금 편취 목적의 다수 보험 가입 및 허위 입원, 거액의 장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브로커의 유혹 등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보험사기 행위에 가담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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