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농가 우는 소비자]출하 앞둔 과일 썩고 떨어지고…수확량 급감에 가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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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폭염에 과일 피해 우수수 '한숨짓는 農心'
낙과·열과에 병충해 피해까지…제철과일값 오름세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과일 농가들은 폭우와 폭염이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비상이 걸렸다. 작물 생육 저하와 병충해 확산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데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열과' 현상과 '낙과' 피해가 나타나면서 수확량이 급감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출하시기를 앞둔 제철과일들은 침수피해를 입은 뒤 바로 이어진 폭염에 대부분의 과일이 썩거나 병충해 피해를 입었다. 이달 초 장대비 폭우가 쏟아진 충북 영동과 충남 부여에서는 포도와 수박 농가들의 밭이 유실되고 침수됐다. 포도를 재배하는 김진성(65세)씨는 "출하를 앞두고 난데없이 쏟아진 폭우에 애지중지 키워놓은 농작물이 다 망가졌다"고 울먹였다.

토마토와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가도 마찬가지. 충북 영동 지역에서는 다 익은 복숭아가 거센 빗줄기를 견디지 못하고 꼭지가 무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지역 한 농민은 "폭우로 상품가치가 떨어져 팔지도 못하고 폐기처분해야 하는 물량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폭우 뒤 찾아온 폭염도 과일 수확량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작물 생육에 적합한 온도는 23∼28도인데 30도 이상 넘어가는 날씨가 지속되면 고온 스트레스나 장애로 열해가 발생한다. 아침에 맺힌 이슬이 증발하기 전에 강한 햇볕을 받으면 화상을 입기 쉽다. 폭염과 장마에 지친 작물은 해충의 공격을 받는 사례도 허다하다. 전국에 걸쳐 큰 피해를 야기하는 미국 선녀벌레 성충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가 지금이다. 북미와 유럽에 서식하는 미국 선녀벌레는 식물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 먹어 말려 죽이거나 감로(단맛을 내는 분비물)를 배설,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부여에서 과일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지난해에는 심한 가뭄으로 농사를 망쳤는데 올해는 물폭탄으로 피해를 봤다"며 "하늘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라고 망연자실했다.

또 다른 농민은 "수박, 참외 등 여름철 과일은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은데 비가 많이 오면 수확량이 부족해지고 납품하는 과일의 당도마저 떨어지면서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제철 과일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12일 현재 참외(10kg 상자)는 평균 1만79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만2923원에 비해 5000여가량 오른 값이다. 토마토(5kg상자)와 방울토마토(5kg상자)는 각각 1만939원, 1만517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58원, 9423원보다 1381원, 5750원이 올랐다.

복숭아 황도(4.5kg상자)도 지난해 1만2472원에서 12일 현재 1만4699원까지 상승했다. 수박 일반(10kg상자)도 1만4703원으로 전년보다 3752원이 올랐다.

주부 이모 씨는 "장을 보러 갔다 채소와 과일의 가격표를 보고 한참을 고민하다 꼭 필요한 채소만 사고 과일은 사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기습폭우 등으로 농산물 값이 더욱 오르면 빈 장바구니로 돌아오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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