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 주소/박소란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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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말을 더 얹겠는가, 젊은 시인이여. 다만 스스로에게 약속해 본다. 언젠가 한번은 그대가 사는 종점에 꼭 가 보리라. 이른 저녁 찬물에 대충 밥 말아 먹고 빈속인 듯 허전하게 그런 마음으로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꼭 한번은 가 보리라. 그런데 문득 궁금하다. 우리는 왜 '아직 종점에서 버스가 출발하지 않았나 봐' 이렇게 말하는 걸까? 종점의 반대말은 대체 무엇일까?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왜일까? 종점(終點)의 반대말은 기점(起點)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점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즉 우리는 '기점에서 출발해 종점으로 돌아간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종점에서 출발해 종점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하곤 한다. 어쩌면 우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발하는 곳도 마침내 돌아가는 곳도 실은 오로지 한곳, 종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득하고 막막(寞寞)하다. 그러니 젊은 시인이여, 외로워하지 마라. 우리 또한 타박타박 그곳으로 가고 있으니. (채상우ㆍ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