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 종언/한인준

내가 가족이다.
나는 '그러므로'와 화목하다. 어디서든 자세하게 앉는다. 하지만

방파제로 운다.
주문진과 바다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몰래는 왜 자꾸와 함께 닫혀야 했나.당신의 열린 핸드백처럼

그것은 립스틱과 핸드백에 담긴 한꺼번이었을까.
이제 더는 겨울과 걷지 않을 것이다. 겨울과 걷지 않는다.

내가 산책이다.
'빨리'를 당신과 함께 떠나보내야 한다. 아무도 몰래나는 어떻게 알았나.

항구가 모래사장하지 않았다. 햇빛이
폭풍우와 아니었다. 무작정과 도무지를 당신과 함께 떠나보내야 한다.

어떤 자작나무에서 아무도 몰래 쏟아지는 하얗다.

당신아, 나는 어떻게 알았다. 그리고와 함께 다시 당신을 만나러 간다.

우리가 모르는 온도가 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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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다, 이 시. 정말 희한하다. 희한하고 희한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처음엔 도무지 말이 되질 않아 짜증이 났었는데, 여러 번 읽다 보니 묘하게 중독된다. 재미있어서다. 온통 잘못된 문장들뿐인데도 그렇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썼을까? 제목은 왜 "종언"일까? "종언"은 "終焉"일까, 아니면 단어를 하나 만들자면 "終言"일까? 모르겠다. 시인한테 물어볼까? 뭐하러?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그래 모르겠다. 도통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내가 회사다. 나는 '그러므로'와 회식한다'라고 적어 놓고 보니 왠지 답답하고 울컥해진다. 그리고 '어떤 부장님에서 아무도 몰래 쏟아지는 썰렁해다'라고 바꿔 놓고 보니 괜히 통쾌하다. 왜 그럴까? 문법과 질서가 사라지는 그곳에 '빙그레'가 피어나고 있다.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채상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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