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성공비결은 투철한 직업윤리"

상반기 전세계 최대흥행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조 루소 감독
만화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서 캐릭터 주목…정교한 스토리텔링 작업으로 시너지 창출

조 루소 감독[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조 루소 감독[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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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올 상반기 최고 흥행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다. 전 세계에서 11억5060만달러(약 1조3312억원)를 벌었다. 비결은 막대한 제작비(2억5929만달러)가 아니다. 정교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에 있다. 단일 영화와 그 속편으로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의 매력을 전하고, 이를 하나의 가상 세계로 묶은 전략이 성공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초청으로 8일 방한한 조 루소 감독(45)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년)'부터 축적해온 이야기가 2018년 예정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 만드는 힘"이라고 했다. "핸드폰으로 웰 메이드 드라마를 골라 보는 세상이다.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이보다 체계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포스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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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화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캐릭터에 주목한다. 충분한 이해를 통해 유머ㆍ빠른 전개ㆍ캐스팅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첨가하고, 이들의 갈등을 한데 묶어 시너지를 유발한다. 그래서 다른 마블스튜디오의 영화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비교적 밝은 톤을 유지한다. 루소 감독은 "원작의 무거운 색깔을 그대로 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어차피 만화 팬들의 반응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원작에서 많이 벗어나더라도 내가 주목하고 좋아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리텔링 작업은 친형 앤소니 루소(46)와 함께 한다. 사소한 부분도 함께 논의해 결정한다. 루소 감독은 "서로 다른 의견으로 하루에도 열 번 넘게 싸우지만, 이를 거듭할수록 이야기는 정교해진다. 의사 결정 순간에 심리적 부담이 덜한 장점도 있다"고 했다.

조 루소 감독[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조 루소 감독[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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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에서 자란 형제는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에서 영화를 함께 공부했다. 그들은 1997년 데뷔작 '피이시스(Pieces)'를 공동 연출했다.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만들고 주위에서 돈을 빌려 제작비를 마련했다. 루소 감독은 "아버지 베이슬 루소의 인생에서 용기를 배워 가능했다"고 했다.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교에 진학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직접 학비를 버는 등 자신을 계발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형제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년)', '에린 브로코비치(2000년)' 등을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53)의 눈에 띄어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웰컴 투 콜린우드(2002년)', '유, 미 앤 듀프리(2006년)'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아 마블스튜디오의 메가폰을 잡기에 이르렀다. 루소 감독은 "아무리 험난한 할리우드라도 직업윤리에 충실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한 제철소에서 70년 동안 근무했다. 맡은 일에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뛰어들면 누구나 놀라운 일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 "가족을 생각하며 클리블랜드를 배경으로 한 갱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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