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그적거린 증권사, 뭉개진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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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일평균 거래액 증가에도 메리츠 등 7곳 영업익 추정치 하향
홍콩H지수·브렉시트에 소극대응…파생상품·채권평가이익 부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업종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예상 실적은 파생상품운용이익 부진 등으로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KRX증권섹터에 포함된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7개 증권사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하향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증권사의 지난 1월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2조9500억원이었으나 2월 2조7900억원, 3월 2조5600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4월부터 줄 곧 2조3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긍정적이었던 업종전망이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연간 순이익 추정치 역시 악화일로다. 지난 1월과 7개 증권사의 연간 연결기준 순이익 추정치는 2조3000억원을 웃돌았으나 5개월만에 1조7000억원대까지 감소했다.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2개사에 불과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예상 순이익 하락폭이 지난해 대비 20.9%로 가장 컸고 미래에셋대우(20.7%), 키움증권(17.3%), 삼성증권(15.0%) 등이 뒤를 이었다.주요 증권사의 수익성 부진의 원인으로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 운용이익 감소와 부진한 채권평가이익이 꼽힌다. 파생결합증권 운용이익 부진은 홍콩 H지수와 관련한 예상 배당치가 감소한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를 전후로 주요국가의 증시 변동성이 확대로 헤지가 녹록지 않은 탓이다. 증권사들은 지난 3월 홍콩 H지수의 예상 배당치가 대폭 낮아짐에 따라 실제 손실을 2분기에 반영할 계획이다.

채권평가이익 역시 증권사가 예상보다 이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예상보다 이른 기준금리 인하와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에 소극적으로 대응, 2분기 증권사의 채권평가이익은 1분기에 비해 부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앞으로 시계(視界)도 불투명하다. 대형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은 이미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상반기 실적부진과 관련한 자체 정밀진단에 나선데 이어 외부에 경영진단까지 맡긴 상황이다. IBK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잇달아 자체 경영진단에 나서고 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과 직결되는 일평균 거래대금과 개인의 연환산 회전율 등 지표 역시 상반기 수준을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지난 2분기 일평균거래대금은 8조6000억원, 개인의 연환산 회전율은 1분기보다 32%포인트 높은 117.3%를 기록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조선 해운 등 구조조정 진행, 브렉시트 등으로 하반기 경기전망이 부정적인 가운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높을 것으로 예상돼 주식거래량 변동 여부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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