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증시에 투자의견 변경 확 줄었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국내 증시가 답답한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증시 전문가들의 상장사들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변경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대상의 증권사 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투자의견 변경 건수는 총 10건에 그쳤다. 최근 1년 동안 월별 기준으로 가장 적은 셈이다. 1227건의 '유지' 의견이 나왔고 상향은 4건, 하향이 6건을 기록했다. 68건의 투자의견 변경이 있었던 지난달과 45건의 변경이 있었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목표주가 변경도 이달에 상향, 하향 각각 100건, 94건에 불과해 최근 1년 동안 가장 적었다. 이 역시 624건의 변경이 있었던 지난달과 493건이 변경됐던 지난해 6월과 큰 차이를 보였다.

증권가 기업 분석에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변경이 급감하면서 목표주가와 현재주가와의 괴리가 커진 기업들도 부각되고 있다.22일을 기준으로 목표주가 추정기관이 3곳 이상인 상장사 중 목표주가와 현재주가의 괴리율이 가장 큰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 선데이토즈다. 증권사 5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21만원이지만 현재가는 3만1000원대로 괴리율이 566%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목표주가ㆍ현재주가 괴리율이 111%로 가장 높았다. 이 두 곳을 포함해 괴리율이 60%를 넘는 기업은 24곳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변경이 줄어든 배경을 답답한 증시 환경에서 찾고 있다. 주식시장이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혀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데다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세계 각국 통화정책 변화,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국내 증시를 흔들 수 있는 외부 변수가 많이 등장해 향후 기업 주가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기업분석 팀장은 "기업 별로 주가 변동성이 클 경우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변경 작업이 이뤄지는데, 최근 주식시장은 앞 뒤가 막힌 답답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변경'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민지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ㆍ해운ㆍ중공업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 목표주가 변경이 적은 게 확연히 드러난다"며 "업황이 좋지 않을 경우 의견제시가 적극적이지 않은 만큼 투자의견, 목표주가 변경 감소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등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업무 여건이 악화된 것도 이같은 현상에 한 몫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달 초 기준 증권사 애널리스트 인력은 1000명 남짓. 최근 5년 새 30% 가량 감소한 탓이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인력은 줄었는데, 커버하는 기업 수는 그대로 거나 되레 늘어 업무 강도가 세졌다"며 "기업 분석에 수반되는 기업 관계자 미팅, 고객사 관련 세미나 참석 등 일정이 빠듯하다 보니 업데이트 속도가 늦어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가 기업에 대해 과감한 '매도' 투자의견을 낼 수 없는 국내 업계 특성상 투자의견 변경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주식시장이 지금의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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