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우울한 단면…'전당포' 9배 급증, 담보물 임의로 처분 등 피해 증가

'전당포' 영업하는 대부업체, 2012년 113개→지난해 911개로 9배 늘어
인터넷전당포 10곳 중 8곳, 과도한 이자 요구
대부거래 표준약관 및 표준계약서 사용하는 곳은 7% 불과해

▲ 쇠창살에 철문이 있는 '옛날식' 전당포 참고(아시아경제DB)

▲ 쇠창살에 철문이 있는 '옛날식' 전당포 참고(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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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지모씨는 지난해 10월6일 A전당포에 금목걸이 1점을 담보로 제공하고 80만원을 빌렸다. 약정변제일은 한 달 뒤인 11월5일이었지만 소비자 과실로 변제일 다음날인 6일 대부금 상환을 위해 전당포를 방문했다. 그러나 전당포는 약정변제일이 1일 지나 물품을 이미 처분했고, 계약서에 해당내용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씨는 계약 체결 당시 담보물 처분에 대한 설명을 들은 사실이 없었다.

이모씨는 전당포에 휴대폰을 담보로 20만원을 빌렸다. 약정변제일이 되기 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휴대폰을 되돌려받으려고 했지만 대부업체는 담보가치 하락을 이유로 약정변제일이 오기 전에 이미 팔아치운 후였다.최근 IT기기를 담보로 대학생, 취업준비생 및 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금전을 대부하는 인터넷전당포가 늘고 있지만 이들 업체들이 대부이자를 과하게 요구하거나, 담보물을 임의로 처분하는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부업 등록업체 수는 2012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당포 영업'을 하는 대부업체 수는 2012년 113개에서 2013년 200개, 2014년 654개, 지난해 911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당포가 증가하면서 소비자피해도 늘고 있다.

소비자원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전당포 관련 소비자 피해상담 166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사례 중 '계약의 중요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 불이행'이 86건(51.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정이자율을 상회하는 과도한 이자 지급 요구' 33건(19.9%), '변제기 전 담보물 임의 처분' 18건(10.9%) 등의 순이었다.이에 소비자원은 수도권 소재 인터넷전당포 100개업체를 대상으로 이용약관 및 소비자거래 실태를 조사했다. 이 결과 조사대상 인터넷전당포의 10곳 중 8곳(84%)이 과도한 이자를 요구했다.

소비자원은 조사대상 업체에 담보물을 제공하고 1개월간의 대부계약을 체결한 후 약정기간이 되기 전(계약체결일로부터 1주일 이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부이자 지급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 이자는 이용일수에 따라 산정해야 함에도 39개 업체가 법정이자의 월 이자상한액을, 45개 업체는 법정이자의 상한을 초과하는 과도한 이자를 요구했다. 특히 법정이자 상한을 초과하는 이자 지급을 요구한 45개 중 15개는 이자와 별도로 감정료, 중도상환수수료, 보관료 명목의 부당한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또한 조사대상 업체 중 대부거래 표준약관 및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곳은 7개(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이용약관 또는 계약서를 사용하는 업체의 경우,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된 약관(60개)이나 법정필수기재사항을 누락한 계약서를 사용(28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2개 업체의 계약서에는 약정변제일까지 대부금액 또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사전 통지 없이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돼있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인터넷전당포를 이용한 대부계약 체결 시 계약서상 이자율, 약정변제기 이후 담보물 처분 관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 체결 이후에는 원금과 대부이자 상환 과정에서 법정이자율(월 2.325%, 연 27.9%)을 상회하는 금전 또는 추가 비용(감정료, 중도상환수수료, 택배비 등)을 요구받는 경우 거절할 것을 당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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