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사외이사 40% 불참한 채 성과연봉제 의결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지난 3월말 이후 산업은행 일부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률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는 산업은행 주도로 기업 구조조정이 긴박하게 진행돼 온 시기다. 또 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같은 민감한 안건을 다룰 때도 사외이사 5명 중 2명이 불참했다.

15일 산업은행이 공시한 사외이사 활동 내역 자료를 보면, 지난 3월30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3차례 개최된 이사회에 김상헌 사외이사(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으며 지난 4월19일 열린 리스크관리위원회에도 불참했다. 신희택 사외이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4월19일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이후 지난달 두 차례의 이사회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위한 인사내규 개정 이사회는 정혜영(경희대 회계ㆍ세무학과 교수)ㆍ성종섭(전 외환은행 본부장)ㆍ구재운 사외이사(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만 출석해 의결했다. 이 안건은 나흘 전에 통지됐으며 불참한 이사들의 사유는 '다른 일정'이었다.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은 공공기관 임원 보수 지침상 상한선인 연 3000만원을 보수로 받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사회의 성과연봉제 의결에 대해 "노조의 동의도 받지 않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의결하는 등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성과연봉제 뿐 아니라 출자회사관리위원회 규정 개정과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및 위원장 선임, 또 하나의 비공개 안건이 3명의 사외이사 찬성으로 의결됐다. 신희택ㆍ정혜영 이사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도 지난달 재임됐다. '풍부한 리스크 관리 경험' 등이 사유였다.

지난 3월 임명된 성종섭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은 모두 교수들이다. 교수 출신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시절 임명된 신희택 이사는 홍 전 회장과 동갑내기 경기고 동문이다. 정혜영 이사 역시 한 살 아래 경기고 동문이다. 일반적으로 은행권 사외이사 중 절반 정도가 교수들인 점을 감안하면 독특한 구성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불참하게 된 개인적 사정까지 알지는 못하지만 현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일정과 겹쳐 부득이 불참한 것"이라며 "사외이사 업무를 일부러 피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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