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영웅' 알리, 고향 루이빌에 영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무하마드 알리가 10일(현지시간) 영면했다.

이날 알리 고향 켄터키주 루이빌에서는 종일 알리를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전 두 시간 가량 노제(路祭)가 진행됐다.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2001년 영화 '알리'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배우 윌 스미스, 전 헤비급 챔피언 레녹스 루이스와 마이크 타이슨 등이 알리의 관을 운구했다. 운구 행렬은 알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 고등학교, 알리가 훈련했던 체육관 등을 지나갔다.

이어 정오께 알리의 아홉 자녀와 그의 부인 로니, 전 부인 두 명 등 유족과 친척들이 참여한 비공개 가족 행사로 하관식이 진행됐다. 알리는 루이빌의 케이브 힐 공동묘지에 묻혔다. 묘비에는 고인의 신앙이던 이슬람의 전통에 따라 '알리'라는 소박한 비명이 새겨졌다.

하관식 후 오후에는 루이빌의 'KFC 염! 센터'에서 공개 추도식이 진행됐다. 공개 추도식에는 약 1만5000명이 참석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오린 해치(공화당·유타) 미국 상원 임시의장,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은퇴 풋볼선수 짐 브라운,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배우 우피 골드버그, 농구스타 카림 압둘-자바 등 유명인사들이 참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딸 말리아의 고교 졸업식에 참석해 알리의 추모식에는 참석하지 못했고, 대통령 선임고문인 발레리 재릿이 오바마의 편지를 대독했다.

오바마는 편지에서 알리 덕택에 자신도 언젠가 대통령이 될 수 있으리라는 용기를 갖게 됐다면서 "무하마드 알리는 미국 그 자체였다. 자신만만하고 반항적이고 개척적이었고, 절대로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며 항상 운을 시험해 볼 각오가 돼 있었다. 그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 자유들, 즉 종교, 발언, 정신이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조사(弔辭)에서 "신앙인으로서 고인은 파킨슨병 같은 것이 닥치는 등 삶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하지만, 자유로웠던 그는 삶에 다양한 선택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바로 그가 한 선택들이 오늘날 우리 모두를 이곳에 있게 했다"고 말했다.

하루 전날인 9일에는 알리가 데뷔 초기 시합을 뛰었던 루이빌의 프리덤 홀 아레나에서 추모 예배가 진행됐다.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은 "미국에서 이슬람이 보편화되는데 있어 알리는 어떤 이슬람 지도자보다 더 많은 역할을 했다"며 "알리의 죽음으로 우리는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또 "삶을 살면서 인종 차별 등의 시련에 부딪혔을 때 알리는 오로지 큰 마음과 진실한 영혼으로만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왔다는 칼리드 사마드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한 유대인 남성이 무슬림 남성을 껴안아주는 것을 봤다"며 감동을 표하기도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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