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째 '철의 날'…철강업계의 눈물

G2의 보호무역 대립·中 생산 감축 여부도 관심 집중
저가 철강재 유입·조선사 후판가격 인하 요구 등 먹구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17번째 '철의 날'을 맞은 9일 철강업계의 표정이 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 대립과 중국의 철강가격 하락 등 국제적인 이슈에 조선업 타격에 따른 후판가격 조정ㆍ산업 구조조정이라는 국내 현안이 맞물리는 등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연 중국이다. 공급과잉의 주범인 중국의 생산량 감축 구조조정은 국내 철강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감산 대립을 두고 득실을 따지기에 바빴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중국이 미국의 감산 요청을 거절할 경우 보호무역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도 있어서다. 다행히 중국이 감산 의지를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큰 틀의 합의만 있을 뿐 실제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기까진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철강 가격의 바로미터인 중국 내 철강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중국 내 철강 유통가격은 4월 하순을 고점으로 현재 20% 가량 하락했다. 특히 6월은 대표적인 비수기여서 가을 성수기 전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 들어 철강 가격을 꾸준히 올려 숨통을 틔어 온 국내 철강업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을 낮춰왔다.

난항을 빚고 있는 조선사와의 후판(선박을 만드는데 쓰는 철판) 가격 협상도 고민거리다. 철강사들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연초 대비 30% 가까이 오르면서 후판 가격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조선사들은 경영 부담을 이유로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원가에서 후판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가격을 올리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 외에 건설, 자동차 등 다른 주요 수요 산업의 동반 침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외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국내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불량 수입 철강재,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복세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대내외 악재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철강업계 스스로의 사업 재편 노력과 함께 중국의 위협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의 날'은 철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철강인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2000년 제정됐다. 우리나라 현대식 용광로에서 처음 쇳물이 나온 6월9일을 '철의 날'로 잡았다. 1968년 철강통계가 처음 나온 이래 49년 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총 14억t 규모의 쇳물을 생산했다. 규모는 꾸준히 늘어 전 세계 누적 생산량 순위는 10년 전 9위에서 6위까지 올랐다. 철강수출액도 누적 기준 4409억 달러로, 5000억 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편 철강협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제17회 철의 날 기념행사를 갖고 철강업계의 발전과 화합을 다졌다. 행사에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권오준 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 등 철강업계ㆍ수요업계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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