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진퇴양난]'바닥찍은' 유가…조선업계 봄날 오나

국제유가·철강 가격 오르며 발주 기대감 '솔솔'
국제유가 2월 26달러→최근 48달러까지 올라…철광석 가격도 상승추세
"국내 조선사 수주회복에 긍정적 역할 기대"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국제유가와 철광석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조선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최근 수주 절벽의 아킬레스건인 발주량이 회복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은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로 이어져 국내 조선사 수주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뉴욕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WTI)산 원유가격은 지난 2월 배럴당 26달러대에서 현재 48달러까지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Brent)도 지난 1월 배럴당 27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꾸준히 올라 현재 4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골드만삭스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탰다. 골드만삭스는 올 하반기 유가가 50~60달러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유가 평균치도 기존 38달러에서 45달러로 18%나 상향 조정했다.

연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국제유가 <자료=하이투자>

연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국제유가 <자료=하이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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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먼삭스의 전망대로라면 향후 국제유가는 세계 오일 메이저기업들의 손익분기점과 거의 비슷해진다. 저유가로 중단 혹은 연기된 해양플랜트 발주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가가 오르면 바다에서 원유를 시추·생산해도 수익이 남게 돼 발주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해양플랜트는 국내 조선사가 국제적으로도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 국내 수주로 연결될 수 있다. 2011~2013년의 저가 수주만 피한다면 발주 확대 자체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에선 심해에 사용되는 해양플랜트는 평균 배럴당 52달러, 북극해용 플랜트는 평균 70달러를 넘으면 발주가 한둘씩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배럴당 70달러는 돼야 이익이 나는 구조였는데 오일 메이저기업들이 긴축에 들어가면서 이젠 50~60달러 정도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발주가 중단됐던 모잠비크 프로젝트와 나이지리아 봉가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프로젝트, 태국의 우본 플랫폼 프로젝트 등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대우조선해양 건조 석유시추설비)

▲해당 자료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대우조선해양 건조 석유시추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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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상승하고 있는 철광석 가격도 발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철광석 가격은 올 초 톤당 약 48달러에서 4월 60달러까지 올랐다. 통상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 선박 발주도 늘어난다. 발주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선박 가격(선가)인데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 선박을 만드는 주재료인 후판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선가도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9월에서 10월, 철광석 가격이 톤당 105.49달러에서 58.67달러로 절반 가량 하락하자 선박 발주량도 347만CGT(선박의 부가가치를 반영한 톤수)에서 152만CGT로 급감한 바 있다.

반면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 후판 가격 인상이 조선사의 원가 부담을 늘려 되레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광석 가격은 올랐지만 선가는 오르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재 철광석 가격은 상승 추세지만 선가지수는 하락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워낙 싼 가격을 제시해 전체 선가를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발주가 나와도 엄두를 못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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