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자살시 재해특약 보험금 지급 약관 유효

생명보험 표준약관 개정 이전 사안에만 해당…자살도 재해보험금 지급 사유 인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보험 가입자가 자살을 할 경우 재해특약 보험을 지급하는 내용의 약관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신)는 자살한 A씨 부모가 B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04년 6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재해보장특약도 부가했다. 재해특약에는 '계약의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이후 자살을 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이 있었다.

A씨는 사망시 지급하는 보험금은 주계약상 7069만원이고, 재해사망에 해당하면 특약까지 적용해 1억 2069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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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2년 2월 경부선 철로에서 누워있는 상태로 화물열차에 치여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A씨 부모는 2012년 8월 B보험에 재해특약을 적용한 사망보험금 청구를 했지만, B보험은 주계약을 근거로 대출원리금과 소득세 등을 제외한 598만원만 지급했다. A씨 부모는 "특약의 약관 중 재해사망보험금지급 사유에 해당하는 ‘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이후의 자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부모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자살로 보이는 이 사건 사고는 특약에 따른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 후에 발생했고, 사망 시 추가 지급될 돈은 보험금 5000만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바, 피고는 이를 추가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2심은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2심은 "재해 특약 보험사고 범위를 재해가 아닌 자살까지 확장하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계약자 등에게 당초 이 사건 재해 특약의 체결시 기대하지 않은 이익을 주게 되는 한편, 이 사건 재해 특약과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에 가입한 보험단체 전체의 이익을 해하고 보험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무리한 부담을 지우게 되므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파기환송하고, A씨 부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여기에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은 확고한 대법원의 입장"이라며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 의미와 관련해 "2010년 1월29일 생명보험 표준약관 개정 이전 (자살 관련) 특약이 있었을 때의 해석문제로 대법원이 최초 판단한 것은 맞지만 생명보험 표준약관 개정 이후 판매된 보험상품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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