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구조조정, 기업 아닌 산업차원에서 접근해야"

11일 금융연구원 세미나서 철강,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 선행 조건 제시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구조조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조선 해운업등 취약업종이 기업 뿐만 아니라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철강, 조선, 해운업에서 과거와 같은 호황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오승욱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1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산업구조의 변화와 효율적 기업구조조정 체제의 모색' 세미나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업황 사이클은 존재하지만 철강, 조선, 해운업에서 시장이 반전되면 성과가 개선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오 파트너는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과 관련해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적인 개선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산업 상황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공감대 구축을 경쟁력 강화의 첫걸음으로 꼽고 생산능력 조정, 기업 통폐합 등 산업적 시각에서 최적의 대안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쟁력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가능성 있는 새로운 사업은 적극 추진하는 사업구조조정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철강업은 전 세계 제철소의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의 지속적인 악화로 업황 개선이 요원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급증한 생산 능력에 비해 수요가 위축되면서 과잉 생산능력이 30%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업은 해운 경기 악화로 신규 발주가 감소한 가운데 국내 3사 간 고부가선 수주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운업은 국제적으로 운임 등의 불확실성이 크고 2000년 이후 선사 간 실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고 봤다.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기업들의 재무환경 개선보다 사업재편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구정한·김석기 박사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의 구조조정 직전 3개년 재무제표를 이용해 사업적 측면과 재무적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이들은 "재무상태와 관련된 변수들은 구조조정의 성공 확률과 연관성이 크지 않고 사업 측면을 주로 반영한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성공 확률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단순히 기업의 재무상태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을 면밀히 분석해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새로운 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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